[농업인의 날] “쌀값 20만원은 농민 자존심 걸린 최후의 보루”
2021년 11월 11일(목) 18:15
광주·전남 곳곳서 가래떡 데이 행사
5년 만의 풍년에 쌀 농가 수매가 주목
통계청 15일 ‘쌀 생산량 확정통계’ 발표
요소 파동에 비료 사재기 조짐까지

11일 오전 한국여성농업인전남도연합회 회원들이 광주시 서구 화정동에서 ‘농업인의 날’을 맞아 시민들에게 우리 쌀 400㎏으로 만든 가래떡을 나눠주고 있다./백희준기자 bhj@kwangju.co.kr

“11월11일은 빼빼로 데이가 아니고 우리 농업인을 위한 ‘가래떡 데이’입니다.”

11일 ‘26회 농업인의 날’을 맞아 광주·전남 곳곳에서는 우리 쌀로 만든 가래떡을 나눠주는 행사가 열렸다.

농협 전남지역본부는 전남 쌀 품종 ‘새청무’로 만든 가래떡을 목포 코로나19 의료진에게 나눠줬고, 농협 광주본부도 지역본부를 찾는 고객들에게 우리 쌀을 알렸다. 전남 4000여 여성 농업인이 모인 사단법인 한국여성농업인전남도연합회(한여농)는 이날 광주시 서구 화정동 한농연회관 앞에서 시민들에게 가래떡과 ‘쌀 와플’을 나눠주며 농업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5500평(1만8180㎥) 규모 포도·복숭아와 쌀 농사를 짓는 김향숙(48) 한여농 전남도회장은 “기후위기와 코로나19가 덮친 올 한 해는 살얼음을 밟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이례적으로 긴 봄비가 내리는 탓에 김씨의 포도·복숭아 농장 착과율은 전년보다 10~15% 떨어졌다.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을 놓쳐 이 같은 피해를 보상받기도 힘들었다. 올해는 쌀이 과잉생산될 것으로 보여 김씨가 농사를 짓는 장성지역 벼 수매가(40㎏)는 6만3000원에서 최근 6만2000원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전남 수매가는 6만9198원으로 사상 유례 없는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만원 아래로 떨어지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올해 쌀 농가는 5년 만에 풍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오는 15일 발표하는 통계청 ‘2021년 쌀 생산량 확정 통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달 초 산지 쌀값(80㎏)은 21만4572원으로, 추곡수매가 시작된 지난달부터 쌀값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다.

김씨는 “소비자 쌀값 80㎏ 20만원과 수매가 6만원은 농민이 자존심을 걸고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이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며 “최근 불거진 요소 파동 때문에 농민들 사이에서는 요소 비료 사재기 조짐도 보인다. 밑거름을 줘야하는 3~4월이 되면 비료 공급난이 현실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농협 전남지역본부와 전남도는 11일 농업인의 날을 맞아 목포한국병원 코로나19 의료진에게 가래떡과 두유 1000개를 전하며 감사를 전했다.<전남농협 제공>
올해 우리 농업은 이상기후와 공급망 위기 뿐만 아니라 대외적인 악재까지 겹쳐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달 말 국회 비준 처리 예정인 RCEP(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과 정부가 가입을 검토하고 있는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는 지금까지 FTA(자유무역협정)들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농어업의 희생을 강요할 것이라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이다.

전국농민회총연맹 광주전남연맹 등 7개 단체로 구성된 광주전남 농민단체협의회는 지난 8일 전남도청 앞에서 “CPTPP 가입은 국민건강권과 농업 포기 선언”이라며 “가입 논의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영암·무안·신안)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정부안 기준으로 국가전체 대비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비중은 2.8%를 기록해서 역대 최저 수준이다. 정부의 분야별 재원배분 계획에서도 농림·수산 분야의 연평균 예산증가율은 2.3%로 국가 전체 예산증가율 5.7%의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열악해지는 농업 재정여건 속에서 농민들이 설 자리는 점차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기준 광주·전남 개인농가 인구는 31만9933명으로, 10년 전인 2010년(43만3829명)보다 26.3%(-11만3896명) 급감했다. 전남 농가소득은 4368만원으로, 10년 전보다 58.1% 늘었지만, 농업경영비도 1513만원에서 2337만원으로 54.5% 증가했다.

/백희준 기자 bhj@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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