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칸딘스키·클레…‘청기사파’를 아시나요
2021년 11월 08일(월) 01:00
(14) 렌바흐 하우스 미술관
20세기 초 유럽현대미술 서막 알린 예술가그룹 발신지
뮌헨시, 독일 초상화가 ‘렌바흐집’ 매입…신관 증축 후 재개관
‘푸른 말’·‘샤샤로프 초상화’ 등 세계적 명작 다수 소장
인근 예술특구 ‘쿤스트아레알’과 연계…문화관광 1번지

뮌헨의 쾨니히 광장에 자리하고 있는 렌바흐하우스는 19세기 독일의 유명 초상화가 프란츠 렌바흐의 저택인 빌라(오른쪽)와 세계적인 건축가 노만 포스터가 설계한 신관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시립미술관이다. <사진제공=렌바흐하우스>

독일 바이에른의 주도이자 인구 145만 여 명의 뮌헨은 볼거리가 많은 도시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매년 가을 전 세계에서 600만 명이 다녀가는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맥주축제)가 열리는 데다 자동차 그룹 BMW가 운영하는 BMW 박물관, 독보적인 컬렉션을 자랑하는 30여 개의 미술관·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어서다.

특히 관광객들에게도 뮌헨은 매우 흥미로운 곳이다. 도시 어디에서나 지하철을 타고 가면 유명 관광지에 접근할 수 있고 중세 건축양식의 교회와 궁전들이 광장을 중심으로 들어서 있어 도보로 시내 관광을 즐길 수 있다.

그중에서도 뮌헨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이 빠지지 않고 들르는 곳은 바로 쿤스트아레알(예술특구)이다. 고대 미술에서 부터 21세기 현대 미술의 컬렉션까지 10여 개의 미술관을 한 곳에서 둘러 볼 수 있는게 이 곳의 매력이다.

고대 그리스·로마 조각을 전시하고 있는 글립토테크(Glyptotek·조각전시관), 13세기~18세기의 회화작품을 만날 수 있는 알테 피나코테크(Alte Pinakothek·피나코테크는 그리스어로 ‘그림 수집관’라는 의미), 18세기 후반~19세기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노이에 피나코테크(Neue Pinakothek·), 20세기 이후의 현대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덴(Pinakothek der Moderne·이하 모던 피나코테크) 등 면면도 화려하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 가장 뮌헨의 정체성을 엿볼 수 있는 곳은 인근의 쾨니히 광장에 위치한 ‘렌바흐하우스’시립미술관(Lenbachhaus·이하 렌바흐하우스)이다. 바로 20세기 초 뮌헨에서 태동한 새로운 예술그룹 ‘청기사파’(The Blue Rider)의 컬렉션이 모태가 됐기 때문이다. 특히 바실리 칸딘스키와 더불어 청기사파를 이끈 화가 프란츠 마르크(Franz Marc·1880~1916)의 작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미술관 입구에 서면 독특한 조합의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왼쪽이 20세기 모던한 디자인이 돋보이는 신관이라면, 오른쪽은 19세기 이탈리아 건축양식의 고풍스런 빌라형태다. 마치 한 지붕 두 가족의 이질적인 느낌이 들지만 ‘올드 앤 뉴’의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지난 2013년 세계적인 건축가 노만 포스터(Norman Foster)의 ‘포스터 + 파트너스’회사(Foster + Partners)가 증축설계한 신관은 알루미늄, 구리를 합금한 황토빛의 튜브 동판인데 1887년에 지어진 짙은 황금색의 구관(이탈리아 빌라)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미술관 로비 천장에 설치된 덴마크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소용돌이’
1층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천장 위에 내걸린 거대한 조형물이 방문객을 맞는다. 덴마크 출신의 설치작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소용돌이’(Wirbelwerk)로, 강렬한 햇볕이 뿜어내는 역동적인 에네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이처럼 19세기 독일 출신의 초상화가 프란츠 렌바흐(Franz von Lenbach)의 저택을 리모델링한 미술관에는 다양한 조형물도 설치돼 자칫 정적일 수 있는 공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3층 규모의 미술관은 청기사파의 컬렉션을 상설 전시하는 공간(3층)과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신즉물주의(The New Objectivity), 뮌헨표현주의, 아방가르드 계열의 현대미술을 선보이는 전시장(1·2층)으로 나뉘어져 있다.

렌바흐하우스가 청기사파의 수장고가 된 데에는 렌바흐(1836~1904)와 바실리 칸딘스키, 그의 연인 가브리엘 뮌터, 프란츠 마르크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독일을 무대로 초상화가로 명성을 떨쳤던 렌바흐는 자신의 거주할 집과 스튜디오를 짓기 위해 건축가 가브리엘 자이들(Gabriel von Seidl)에게 설계를 맡겼다.

이탈리아 피렌체 양식으로 건립된 빌라 옆에는 아담한 스케일의 정원도 조성해 뮌헨의 대표적인 ‘예술가의 집’으로 가꿨다. 자신의 저택이 단순한 창작실이 아닌 예술가들의 사랑방으로 활용되길 바랐던 렌바흐는 당시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청기사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푸른 기사’라는 낭만적인 이름의 이 미술사조는 1909년에 결성된 뮌헨 신미술가협회의 칸딘스키 등 일부 화가들이 주축이 된 그룹으로 자연과 인물의 재연을 추구하던 당시 미술계에 정면으로 맞서 작가의 주관과 내면세계에 천착했다. 모스크바를 떠나 뮌헨에서 정착하고 있던 칸딘스키는 ‘청기사파’라는 명칭으로 전시회를 개최하는 등 프란츠 마르크, 가브리엘 뮌터 등과 함께 추상미술의 도래를 주장했다.

특히 평소 말을 좋아했던 마르크와 문학 속 기사 인물에 심취해 있던 칸딘스키가 우연히 뒤뜰에서 함께 커피를 마시다가 자신들이 즐겨 사용하는 푸른색을 엮어 ‘청기사’라는 이름을 짓게 됐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렌바흐가 세상을 떠나자 그의 부인인 롤로(Lolo)는 1924년 자신의 저택을 뮌헨시에 매각하면서 수많은 청기사파 작품과 가구, 인테리어소품들을 함께 기증했다. 그러면서 다른 뮌헨의 미술관과 달리 20세기 뮌헨에서 태동한 표현주의 등 현대미술의 요람으로 정체성을 지켜달라는 뜻을 밝혔다.

렌바흐 하우스는1929년 부족한 전시공간을 늘리는 확장 공사를 통해 3개의 전시관(wing)으로 역사적인 개관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2차 세계대전의 공습으로 건물 일부가 파괴되면서 컬렉션을 다른 장소에 임시 이전시키는 바람에 휴관을 하게 됐다. 이후 출입구 등 일부 건물의 훼손으로 두 차례 휴관을 거친 끝에 지난 2013년 현재의 모습으로 재개관했다.

렌바흐하우스는 20세기 초 뮌헨에서 태동한 청기사파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프란츠 마르크의 ‘푸른 말’(The Blue Horse)
하지만 렌바흐하우스는 1957년 칸딘스키의 연인인 가브리엘 뮌터의 기부로 또 한번 변신을 하게 된다. 80번째 생일을 기념해 뮌터는 자신의 작품은 물론 1914년 이후 그린 칸딘스키의 회화와 판화 전작, 마르크와 아우구스트 마케(August Marke) 등 수백 여점의 청기사파 작품들을 뮌헨시에 기증한 것이다.

렌바흐하우스는 20세기 초 뮌헨에서 태동한 청기사파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알렉세이 야볼렌스키의 ‘탄저스 알렉산더 샤샤로프 초상화’
렌바흐하우스는 20세기 초 뮌헨에서 태동한 청기사파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알렉세이 야볼렌스키의 ‘탄저스 알렉산더 샤샤로프 초상화’
그녀의 선물 덕분에 렌바흐하우스의 상설전에는 마르크의 ‘푸른 말’(The Blue Horse), ‘타이거’(The Tiger) 등의 대표작들과 아우구스트 마케의 ‘동물원’, 칸딘스키의 ‘협곡의 즉흥’(The Gorge Improvisation), ‘즉흥 시리즈’, 알렉세이 야볼렌스키(Alexej Von Jawlensky)의 ‘탄저스 알렉산더 샤샤로프 초상화’(Bildnis des Tanzers Sacharoff) 등 현대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세기의 ‘문제작’들이 내걸려 있다. 또한 요셉 보이스, 솔 르위트, 시그마 폴케, 게르하르트 리히터, 앤디 워홀 등 20세기를 빛낸 화가들의 대표작들도 만날 수 있다.

이같은 렌바흐하우스의 독보적인 컬렉션은 유럽 뿐만 아니라 전 세계 미술애호가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대표적인 문화자산이 됐다. 무엇보다 쿤스트아레알에 들어선 다른 미술관들의 소장품들과 시너지 효과는 뮌헨의 문화관광 1번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글 사진 박진현 문화선임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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