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이라도 있어야 용이 나지-옥영석 자활기업지원센터 자문위원
2021년 11월 03일(수) 04:00 가가
“경사났네 경사났어. 그것도 19년 만에.” 지난 9월 말 권순우의 ATP투어 아스타나오픈 우승은 한국테니스계에 기록될 만한 사건이었다. 스물세 살 권순우는 키가 180㎝에 불과해 190㎝가 넘는 장신들이 즐비한 국제 무대에서 상대적으로 불리한 체격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빠른 발과 힘찬 포핸드로 호주의 상위 랭커 제임스 더크워스를 제압했다. 평소 서브가 약하다는 평을 들어오던 그가 서브 각도와 방향을 다양하게 구사하고 드롭샷을 적절히 사용하여 상대를 앞뒤로 더 뛰게 해, 첫 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3-6으로 지고 있다가 8-6으로 뒤집었고 결국 세트스코어 2-0으로 이겼다. 이는 우리나라 테니스선수가 투어급 대회에서 우승한 세 번째 기록으로 추세로 보면 랭킹 50위도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 선수의 첫 번째 우승 기록은 1982년 WTA 애본챔피언십을 제패한 남원 출신의 이덕희 여사가 세웠다.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프로테니스 선수였으며, US오픈 16강에 진출해 메이저대회 12회를 우승한 전설 빌리진 킹을 제압하였고, 지금도 사재를 털어 이덕희배 국제주니어대회를 열고 있는 진정한 한국테니스의 개척자이다.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그 시절 지금도 만만치 않은 투어 생활을 40년 전에 시작해 우승까지 일구었다.
두 번째는 2003년 이형택의 아디다스 인터내셔널 우승으로, 그는 당시 세계 랭킹 4위였던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 페레로의 무릎을 꿇게 만들었다. 2000년과 2007년 US오픈 16강에 두 번이나 올랐으며, 31세에 자신의 랭킹을 최고 36위까지 올려놓아 우리나라 남자 테니스의 자존심을 높여 주었다. 권순우가 출전하는 대회에서 외국의 방송 해설자들이 이형택의 US오픈 16강을 아직도 이야기하는 걸 보면 ‘감자 바우’의 크기가 ‘큰 바위 얼굴’보다 더 크고 높아 보인다.
권순우의 투어 대회 우승은 최근 코로나로 인해 늘어난 ‘골린이’(골프와 어린이의 합성어, 초보 골퍼)에 이어 ‘테린이’(테니스와 어린이의 합성어, 테니스 초보자)를 뜨게 하고 있다. 골프에 비해 테니스는 장비나 레슨비 등이 상대적으로 비싸지 않고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데다 요가나 필라테스 등 실내 스포츠가 어려워지면서 인기를 더해 가고 있다. 테니스가 서구의 상류사회에서 시작된 귀족 스포츠라는 이미지가 강한데다 여성들에게는 테니스 패션의 자유로움과 고급스러운 매력이 커, 인스타그램을 비롯한 SNS에 테니스 치는 사진 올리기가 붐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한 대형 온라인몰에서는 테니스 관련 용품 매출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75%가 늘었고, G마켓의 경우는 지난해보다 153%나 늘었다 한다. 특히 테니스 전문몰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테니스 라켓이 크게 모자라 30% 정도 할인해서 팔던 3~4년 전 모델까지 소진되어가고 있다니 그 인기를 짐작하고 남는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고장의 테니스가 이런 테니스 붐에 편승하지 못하고 활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문일, 이덕희, 장의종, 김연숙 등 시대를 대표할 국가대표를 배출하였지만 2000년대 이후 이렇다 할 스타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조선대가 테니스팀을 재창단하여 1년 만에 전국추계대학연맹전을 제패하는 등의 적잖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초·중·고·대학을 나와도 이 지역에서 갈 수 있는 실업팀은 없다.
최근 광주시를 연고로 한 여자 프로배구단 AI페퍼스가 창단해 지역 스포츠팬들을 들뜨게 하고 염주체육관에는 모처럼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프로구단 하나 만들어지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닐 터, 모기업과 협회, 광주시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지나는 길에 녹색 천막만 봐도 엔돌핀이 솟는 테니스광에게는 이 지역을 대표할 만한 기업은 많지만 테니스팀 하나 만들 정도가 안 되는 건지, 해외 대회에는 수백억 원을 후원해도 동네잔치에는 나올 것이 없어선지, 골프단은 넘쳐나도 지역을 연고로 한 제대로 된 실업 테니스팀 하나 없다는 게 아쉬움을 넘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 개천마저 우리 동네에는 없다는 게 더욱 으스스해지는 가을날이다.
실제 한 대형 온라인몰에서는 테니스 관련 용품 매출이 팬데믹 이전인 2019년보다 75%가 늘었고, G마켓의 경우는 지난해보다 153%나 늘었다 한다. 특히 테니스 전문몰 관계자의 말을 빌리면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테니스 라켓이 크게 모자라 30% 정도 할인해서 팔던 3~4년 전 모델까지 소진되어가고 있다니 그 인기를 짐작하고 남는다.
안타까운 것은 우리 고장의 테니스가 이런 테니스 붐에 편승하지 못하고 활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문일, 이덕희, 장의종, 김연숙 등 시대를 대표할 국가대표를 배출하였지만 2000년대 이후 이렇다 할 스타를 길러내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12월 조선대가 테니스팀을 재창단하여 1년 만에 전국추계대학연맹전을 제패하는 등의 적잖은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초·중·고·대학을 나와도 이 지역에서 갈 수 있는 실업팀은 없다.
최근 광주시를 연고로 한 여자 프로배구단 AI페퍼스가 창단해 지역 스포츠팬들을 들뜨게 하고 염주체육관에는 모처럼 활기가 넘쳐나고 있다. 프로구단 하나 만들어지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닐 터, 모기업과 협회, 광주시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지나는 길에 녹색 천막만 봐도 엔돌핀이 솟는 테니스광에게는 이 지역을 대표할 만한 기업은 많지만 테니스팀 하나 만들 정도가 안 되는 건지, 해외 대회에는 수백억 원을 후원해도 동네잔치에는 나올 것이 없어선지, 골프단은 넘쳐나도 지역을 연고로 한 제대로 된 실업 테니스팀 하나 없다는 게 아쉬움을 넘어 가슴을 아프게 한다. 개천에서 용 나기 어려운 세상이지만 그 개천마저 우리 동네에는 없다는 게 더욱 으스스해지는 가을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