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풍경으로 손짓한다
2021년 09월 28일(화) 02:00
트렌디한 감성 충전 ‘핫플레이스’ 된 카페
강릉 테라로사 본점·제주 카페 동백 대표적
화순 ‘아더맨’ 액자뷰·담양 ‘옥담’ 연못뷰 인기

화순읍에 자리한 카페 ‘아더맨’의 포토존.

유럽의 도시들을 여행하다 보면 부러운 풍경이 하나 있다. 골목이나 도로 변에 자리한 노천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책을 읽으며 여유를 만끽하는 모습이다. 진한 향기가 우러나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앞에 두고 지나가는 행인들을 물끄러미 바라 보며 멍을 때리는 사람들....

그중에서도 이방인의 눈에 파리의 카페는 로망이다. 파리지앵에게 카페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지인들과 소통하는, 문화공간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파리에는 수백년의 역사를 지닌 문화재급의 오래된 카페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카페 레 두 마고(Les deux maggots), 카페 드 플로흐(Le Cafe de Flore), 르 프호코프(Le Procope)가 그런 곳들이다.

최근 국내에도 독특한 분위기와 멋을 자랑하는 카페들이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가 지속되면서 장거리 여행 대신 도시 외곽이나 한적한 시골에 자리한 카페에서 일상의 여유를 누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독특한 ‘뷰 포인트’로 유명해진 일부 카페들은 SNS를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전국구 명소’가 되고 있다. 이른바 #부산카페#강릉카페 #제주카페#함평카페#화순카페#담양카페....아름다운 풍광과 포토존을 자랑하는 이들 카페에는 MZ세대(밀레니얼세대+Z세대 합성어)와 노마드 여행객의 새로운 여행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회사원인 최수영씨(25·광주시 남구 효천동)는 “코로나19로 국내외 여행이 제약을 받으면서 답답한 마음을 달리기 위해 종종 강릉이나 부산의 바다뷰를 즐길 수 있는 카페를 찾는다”면서 “아름다운 바다뷰를 배경으로 ‘인생샷’을 찍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들 MZ세대에게 사진은 하나의 놀이문화다. 바다뷰나 논밭뷰, 노을뷰를 찍어 인스타그램 등에 사진을 올리고 공유하는 모습은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각자가 촬영한 카페 사진이나 기념 인증샷을 비교하면서 자극을 받게 되고 그중에 ‘핫한’ 공간을 경험하기 위해 ‘순례’ 하듯 카페투어에 오르기도 한다.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 꼭 가봐야 할 곳으로 떠오르고 있는 ‘카페 동백’의 포토존.
커피의 도시로 불리는 강릉의 테라로사 본점, 제주도의 카페 동백이 대표적인 곳이다. 강릉시 외곽에 자리한 테라로사는 ‘보헤미안 박이추 커피’와 함께 강릉을 대표하는 커피 브랜드이다. 불과 20여 년 전만에도 커피와 거리가 멀었지만 테라로사가 문을 열면서 안목해변의 500m에 카페 거리가 들어설 만큼 강릉의 이미지를 바꿨다.

강릉시내에서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한 테라로사는 카페 라기 보다는 박물관 느낌이 난다. 논밭 사이의 붉은색 벽돌공장에선 커피 볶는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실제로 카페 매장 옆에는 커피 뮤지엄이 자리하고 있을 만큼 육중한 자태를 자랑한다. 커피 제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으로, 한잔의 커피가 완성되기까지 커피의 여정을 역사ㆍ문화적 관점에서 전시하고 있다. 관람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매시 정각 가이드투어로 진행한다.

박물관 옆에 자리하고 있는 카페 건물은 외관 만큼이나 독특한 공간 연출이 돋보인다. 2층 건물 중앙 홀의 천장을 없애 마치 폐공장을 리모델링한 것처럼 공간감을 극대화했다. 계단, 로비, 창가 등에 다양한 형식으로 배치한 테이블도 이색적이다. 특히 1층에서 2층으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에 앉아 내려다 보는 카페 모습은 인상적이다. 야외의 작은 정원에는 파라솔 테이블이 마련돼 색다른 운치를 즐길 수 있다.

바다뷰를 즐길 수 있는 제주에서 ‘들판뷰’로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는 곳이 있다. 제주시와 서귀포 사이에 위치한 ‘카페 동백’(제주시 조천읍 동백로)이다. ‘이런 곳에 카페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외진 곳이지만 입구에 도착하면 주차장을 가득 메운 자동차들이 이런 궁금증을 해소해준다. 카페 동백은 그림같은 ‘액자 뷰’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제주의 ‘핫플’이다. 넓은 들판 한 가운데 섬 처럼 자리한 카페는 홀로 시골에 뚝 떨어져 있는 듯해 도심 카페에선 접하기 힘든 신선한 매력을 준다.

빨간색 문을 열고 들어서면 높은 층고를 자랑하는 탁 트인 내부가 눈길을 끈다. 나무로 마감된 실내 인테리어 덕분에 따뜻한 분위기가 안정감을 준다. 뭐니뭐니해도 카페 동백의 하이라이트는 벽면 전체를 유리창으로 설계한 대형 액자다. 마치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 것 처럼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자연의 아름다움이 탄성을 자아낸다. 은은한 느낌의 소파를 배치해 액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게 포토존으로 꾸몄다.

이같은 트렌드에 맞춰 지역에서도 논밭뷰, 들판뷰, 연못뷰를 내세원 카페들이 가족이나 연인들의 나들이 장소로 인기몰이중이다. 화순군 화순읍의 카페 ‘아더맨’, 담양군의 ‘옥담’이 명소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광주 도심에서 자동차로 20여 분 거리인 ‘아더맨’은 논밭 한가운데 놓여 있는 창고를 방불케 한다. 하지만 주말이면 광주와 전남 지역에서 오는 방문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주차장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카페 입구에 꾸며진 연못이 시선을 끌어 당긴다. 마치 ‘물위의 카페’ 처럼 낭만적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카페 바로 옆에는 기차길과 고풍스러운 예배당 모양의 창은 이들을 배경으로 색다른 인생샷을 찾으려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특히 카페 내부 한켠에 마련된 액자뷰는 주변의 자연풍광을 끌어 들여 힐링 효과를 연출한다.

‘연못뷰’로 유명한 담양의 카페 ‘옥담’.
담양 봉산면에 있는 카페 ‘옥담’은 논밭뷰와 연못뷰로 전국 곳곳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모던한 느낌의 건축미를 자랑하는 이 곳은 이름 그대로 맑은 옥에 연못 담이라는 말처럼 ‘맑은 연못’이라는 뜻이다. 마치 건물을 품고 있는 듯한 연못은 낮과 밤에 따라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해 색다른 사진을 원하는 이들 사이에 필수 코스로 불린다. 드넓은 논과 밭을 배경으로 연못 사이의 통로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다른 곳에서는 ‘건지기 힘든’ 나만의 인생 사진을 남길 수 있어서다.

/글·사진=박진현 기자 jh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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