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로 지내온 양 할머니의 한 누가 풀어 주나
2021년 08월 17일(화) 01:00
“하루 밥 한 끼로는 배가 고파 화장실에 가서 수돗물을 마시다가 반장한테 ‘도둑이냐’고 발로 차이곤 했어요. 80년이 다 되도록 일본은 사죄의 말 한마디 없는데 눈물로 보내온 이 한을 어떻게 풀어야 합니까?”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90) 할머니의 한탄이다.

나주에 살던 양 할머니는 열세 살 되던 1944년, ‘중학교도 보내 주고, 돈도 번다’는 말에 속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 근로정신대에 동원됐다. 하루 여덟 시간 이상 서서 일했지만 월급은커녕 식사조차 배불리 할 수 없었다. 양 할머니는 당시 가혹한 노동으로 지금도 오른손을 잘 못 쓰는 데다 눈도 불편하다고 한다.

1931년생인 양 할머니는 올해로 만 90세가 됐다. 꼭 살아서 사과를 받자며 굳게 약속했던 친구들은 하나둘 세상을 떠났다. 일제 전범기업들을 상대로 수년간 함께 소송을 벌여 왔던 동료 중 남아 있는 이들도 손으로 꼽을 정도다. 광복절을 맞아 광주일보 인터뷰에 응한 양 할머니는 해가 거듭될수록 원통함만 쌓여서인지 올해는 더 서글프다고 했다.

일본 정부의 사죄는 76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기약이 없다. 오히려 최근엔 ‘손해배상 청구권 소멸시효’가 거론되면서 자칫 오는 10월 30일 이후에는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동료들의 소송 제기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양 할머니는 우울하기만 하다. 다만 정치권에서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법률안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그나마 작은 위안이다.

“솔직히 오늘 죽을지 내일 죽을지 몰라. 그런데 사죄 한마디 못 받고 세상을 떠날 생각하면 너무 원통해서….” 양 할머니의 말이 폐부를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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