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급여’는 회사가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2021년 08월 12일(목) 03:00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이 회사의 ‘갑질’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등 이중고를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주·전남 일부 기업들이 노동자를 권고사직 형태로 해고하고도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자발적 퇴사로 거짓 신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정리해고, 권고사직, 계약만료 등의 사유로 회사를 그만 둘 경우에만 실업급여를 지급하게 돼 있다.

광주·전남 실업급여 신청자 수는 지난 2019년 6만533명, 2020년 6만9204명으로 매년 10% 이상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회사의 해고·권고사직 등으로 물러난 뒤 사측이 이직 사유를 ‘자발적 퇴사’로 노동청에 거짓 보고해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실례로 A씨는 회사에서 일방적으로 근로조건을 변경하려고 하자 이를 거부해 해고 통보를 받은 후 실업급여를 신청했지만, 사측이 이직확인서를 제출하지 않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었다.

문제는 이 같은 사측의 ‘갑질’로 실업급여를 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이 사업주에게만 부여돼 있다 보니 사업주가 발급하지 않거나 거짓으로 작성하면 노동자는 실업급여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거짓으로 작성하거나 미발급한 사업주에 대한 과태료 부과도 미미한 수준이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실업급여는 새로운 직장을 찾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생명줄이나 다름없다. 사측의 실업급여 갑질로 피해를 입는 노동자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 양측에 이직확인서 작성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또한 양쪽의 이직 사유가 일치하지 않으면 입증 책임을 사측이 부담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실업급여는 회사 측이 베푸는 시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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