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 혐의 헬기조종사 ‘진실의 입’ 열어야
2021년 08월 11일(수) 01:00 가가
광주 학살의 최종 책임자로 지목되는 전두환(90) 전 대통령은 끝내 반성도 사과도 하지 않았다. 전 씨는 그제 광주지법에서 형사1부(부장판사 김재근) 심리로 열린 사자명예훼손 혐의에 대한 항소심 재판에 참석했지만 뉘우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전과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전 씨는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 “광주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전 씨의 다음 공판은 오는 30일로 예정돼 있다. 이와 관련 5월 단체를 중심으로 항소심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 씨의 건강 상태 등을 감안하면 ‘역사적 단죄’를 위한 재판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오월단체는 이날 ‘민주주의 최대 수혜자 전두환을 적법하게 재판하라’고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 전 씨의 1심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던 5·18 당시 계엄군 지휘관이 위증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추후 공판에 증인으로 채택된 4명의 헬기조종사들이 진실을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광주지검은 5·18 당시 육군 제1항공여단장이었던 송진원 전 준장을 위증 혐의로 최근 불구속 기소했다. 송 씨는 당시 증언에서 5·18 당시 ‘광주를 방문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으나 1980년 5월 당시 작성된 항공병과사 등 여러 기록에는 분명히 광주를 다녀간 것으로 나온다.
전 씨의 항소심 재판에서 헬기 사격 여부는 중요한 쟁점 사항이다. 위증 혐의로 기소된 송 씨를 비롯해서 나머지 헬기 조종사들도 이제 거짓의 장막을 벗고 ‘진실의 입’을 열어야 한다. 그것만이 광주 시민에게 속죄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