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중앙 육교’ 작은 표지석이라도
2021년 08월 06일(금) 01:00
52년 전인 1969년 4월 14일 오전 8시 20분께 중앙 초등학교 사거리에서 등교하던 2학년 여학생이 교통사고를 당했다. 전남도청에서 옛 광주역 방향으로 과속하던 택시에 치인 여학생은 이튿날 세상을 떠났다. 당시 금남로는 노폭 확장 공사 중이어서 중앙초 앞 도로는 교통량이 많았다고 한다. 사고 이후 학교 앞에 육교를 설치하자는 여론이 크게 일었다.

광주시내 초등학교 어린이 대표로 구성된 ‘화랑회’는 7월초 회의를 가진 뒤 건의문을 냈다. 건의문에서 이들 어린이들은 “가끔 뉴스나 영화에서 서울의 어린이들이 번잡한 거리를 안심하고 육교로 거니는 모습을 볼 때마다 얼마나 부러워했는지 모른다”고 밝혔다. 그리고 “교통이 번잡한 이 거리(중앙초등학교 네거리와 양동초등학교 앞길)에 육교를 세워 두려움 없이 오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라고 호소했다.(광주일보 1969년 7월 6일 보도)

광주일보는 즉각 ‘교통사고 줄이기 캠페인’ 기사를 6회에 걸쳐 게재한 데 이어 ‘학교 앞 육교를 세워 주자’는 캠페인에 들어갔다. 광주 어린이와 시민들의 염원에 따라 마침내 같은 해 9월 18일 중앙초등학교 앞에 육교가 세워졌다. 시민들의 모금(81만3785원)과 시도 예산을 더해 광주에 최초로 건립된 육교였다.

이러한 역사를 품은 ‘중앙 육교’가 7일 철거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지어진 지 52년이나 돼 노후 된 데다 거동이 불편한 노령인구가 늘어난 때문이다. 하지만 육교를 그냥 흔적도 없이 철거해 버리기에는 너무나 아쉬움이 남는다. 광주에서 처음으로 세워진 육교라는 시설물로서 상징성이 크기 때문이다.

중앙 초등학교 앞 육교는 ‘광주 폴리’ 이상의 상징성과 이야기를 품고 있다. 따라서 작은 표지석이라도 세워 52년 전 육교를 세웠던 당시 광주의 이야기를 후세에 남기는 것은 어떠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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