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역시 수박 - 옥영석 농협 광주공판장 사장
2021년 07월 13일(화) 22:00 가가
지루한 장맛비가 이어지더니 이번 주는 온통 찜통 더위 속이다. 시장에서 지내다 보면 우리네 일상은 계절은 말할 것 없고 절기에 민감하다는 것을 실감하곤 한다. 대보름에는 부럼을 까고, 복날엔 삼계탕을,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 대하를 구워 주어야 하고 찬바람이 불면 꼬막을 삶아야 한다. 봄 조개, 가을 전어, 겨울 꼬막 정도 챙겨서는 이 동네에서는 식도락가 축에도 끼지 못한다.
복날이면 언제나 곤혹스러운 기억이 떠오른다. 20여 년 전 만해도 삼복에는 늘 영양탕집이 발 디딜 틈 없이 성시를 이루었고, 선배들은 어찌나 즐겨 드시던지 점심에 간 식당을 저녁에 들르는 분이 많을 정도였다. 굳이 복날이 아니라도 여름철 내내 메뉴 선택권이 없는 나는 선배들 틈에서 삼계탕을 주문하느라 눈치를 봐야 했다. 어릴 적 동네 사람들이 소나무에 개를 매달아 놓고 두들겨 잡던 기억도 지울 수 없다.
삼복더위가 돌아왔다. 타는 듯한 더위와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에서도 나를 흥얼거리게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수박을 먹는 즐거움이다.
싱그런 초록 바탕에 얼룩말인지 호피인지 모를 줄무늬가 선명하고 하얀 분가루 엷게 묻은 것을 골라 한칼에 가르면, 보기만 해도 시원스런 과즙이 쏟아진다. 달기로 치면 참외나 멜론도 뒤지지 않겠지만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진 라이코펜이 토마토보다 많은 수박은 전립선암 발생을 억제하고, 시트룰린이 산화질소를 증가시켜 혈관의 이완에 도움을 준다. 이뇨 작용을 촉진하여 몸이 붓는 것을 방지하고 방광염, 신장염과 혈압 조절에도 효과가 있다. 더욱이 이만 원이면 온 가족이 일주일 내내 먹을 수 있는 이 영물을, 나는 하늘의 선물이라 부르고 싶다.
마트에서는 여전히 복달임 음식으로 닭, 오리, 장어, 전복이 많이 나가는 편이지만 영양 과잉을 우려해 수박이나 콩국수 등을 구매하는 소비자들도 늘고 있다. 고단백의 육식에서 해산물과 채식으로 소비 패턴이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수박을 좋아한다고 잘 익은 것을 고르기란 쉽지 않다. 수박은 꼭지부터 수분이 마르기 때문에 갈색으로 변색되었거나 말라 비틀어졌다면 밭에서 딴지 오래됐으니 꼭지가 마르지 않고 녹색을 띠어야 신선한 것이다. 껍질이 얇고 검은 줄무늬가 진해야 하며, 살짝 두드렸을 때 통통하는 맑은 소리가 나야 잘 익은 것인데, 밑바닥 배꼽이 작을수록 당도가 높다.
좋은 수박을 샀다면 보관법도 알아둘 일. 자르지 않은 수박을 통째로 냉장실에 두면 베타카로틴 등 영양소가 빠져나갈 수 있으니 21℃ 정도의 상온에 보관하는 게 낫다. 남은 수박에 랩을 씌워 보관하면 냉장고에 두어도 세균 수가 급증하니 껍질은 썰어내고, 과육만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해야 한다.
선배를 따라나선 어느 날, 식당에 갔더니 후식으로 수박 스테이크를 내놓는다. 토마토를 익혀먹는 건 보았어도 안심·등심도 아니고 수박 스테이크라니, 의외의 메뉴를 받아 놓고 보니 놀라운 반전이다. 수박 속살을 너비아니처럼 네모나게 썰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웠는데, 겉은 부드럽고 속은 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별미였다.
화채로 즐기던 수박을 두부와 곁들여 한 끼 식사로 만들 수도 있다. 살짝 눌러 물을 뺀 두부와 수박 과육을 깍둑썰기 해 사과, 상추, 파프리카와 견과류 등을 섞은 다음 드레싱을 뿌려 주면, 칼로리는 적고 포만감은 큰 다이어트식이 완성된다.
요리까지는 아니라도 자르는 방법만 달리해도 수박 맛은 달라진다. 반원과 세모진 모양이 어우러진 기본 썰기가 일반적이지만, 원형으로 썰어 껍질을 잘라낸 후 사각형으로 만든 깍둑썰기는 한 점씩 먹기도 편하고, 밀폐 용기에 넣어 보관하기 좋은 방법이다. 반으로 갈라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썰어 낸 길쭉한 네모 썰기로 손님에게 낸다면 주인장의 세련미를 맘껏 풍길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만들어 접시에 담아낸 다음, 스테이크를 먹듯 포크와 칼로 한 조각씩 잘라먹는 것도 재미와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수박이 무엇보다 달고 맛있는 순간은 한여름 땡볕 아래서 비지땀을 가득 흘린 후 입 안 가득 베어 무는 때일 터. 찜통더위 속이라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일을 하든 운동을 하든, 하늘이 준 선물, 수박이 가장 맛있는 때가 바로 요맘때니 말이다.
싱그런 초록 바탕에 얼룩말인지 호피인지 모를 줄무늬가 선명하고 하얀 분가루 엷게 묻은 것을 골라 한칼에 가르면, 보기만 해도 시원스런 과즙이 쏟아진다. 달기로 치면 참외나 멜론도 뒤지지 않겠지만 강력한 항산화 효과를 가진 라이코펜이 토마토보다 많은 수박은 전립선암 발생을 억제하고, 시트룰린이 산화질소를 증가시켜 혈관의 이완에 도움을 준다. 이뇨 작용을 촉진하여 몸이 붓는 것을 방지하고 방광염, 신장염과 혈압 조절에도 효과가 있다. 더욱이 이만 원이면 온 가족이 일주일 내내 먹을 수 있는 이 영물을, 나는 하늘의 선물이라 부르고 싶다.
좋은 수박을 샀다면 보관법도 알아둘 일. 자르지 않은 수박을 통째로 냉장실에 두면 베타카로틴 등 영양소가 빠져나갈 수 있으니 21℃ 정도의 상온에 보관하는 게 낫다. 남은 수박에 랩을 씌워 보관하면 냉장고에 두어도 세균 수가 급증하니 껍질은 썰어내고, 과육만 밀폐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해야 한다.
선배를 따라나선 어느 날, 식당에 갔더니 후식으로 수박 스테이크를 내놓는다. 토마토를 익혀먹는 건 보았어도 안심·등심도 아니고 수박 스테이크라니, 의외의 메뉴를 받아 놓고 보니 놀라운 반전이다. 수박 속살을 너비아니처럼 네모나게 썰어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 기름을 두르고 노릇하게 구웠는데, 겉은 부드럽고 속은 아삭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별미였다.
화채로 즐기던 수박을 두부와 곁들여 한 끼 식사로 만들 수도 있다. 살짝 눌러 물을 뺀 두부와 수박 과육을 깍둑썰기 해 사과, 상추, 파프리카와 견과류 등을 섞은 다음 드레싱을 뿌려 주면, 칼로리는 적고 포만감은 큰 다이어트식이 완성된다.
요리까지는 아니라도 자르는 방법만 달리해도 수박 맛은 달라진다. 반원과 세모진 모양이 어우러진 기본 썰기가 일반적이지만, 원형으로 썰어 껍질을 잘라낸 후 사각형으로 만든 깍둑썰기는 한 점씩 먹기도 편하고, 밀폐 용기에 넣어 보관하기 좋은 방법이다. 반으로 갈라 가로와 세로 방향으로 썰어 낸 길쭉한 네모 썰기로 손님에게 낸다면 주인장의 세련미를 맘껏 풍길 수 있다. 적당한 크기의 직사각형으로 만들어 접시에 담아낸 다음, 스테이크를 먹듯 포크와 칼로 한 조각씩 잘라먹는 것도 재미와 맛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수박이 무엇보다 달고 맛있는 순간은 한여름 땡볕 아래서 비지땀을 가득 흘린 후 입 안 가득 베어 무는 때일 터. 찜통더위 속이라고 불평할 일이 아니다. 일을 하든 운동을 하든, 하늘이 준 선물, 수박이 가장 맛있는 때가 바로 요맘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