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기 다 새는 청와대 검증의 성긴 그물
2021년 06월 29일(화) 03:17
최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김기표(49)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엊그제 전격 경질됐다. 지난 3월 31일 임명된 지 88일 만인데, 반부패비서관은 부동산 투기를 포함한 공직자 부패를 막기 위해 문재인 정부가 신설한 자리다.

논란은 지난 25일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자료가 관보에 게재되면서 촉발됐다. 김 비서관은 총 39억 2000만 원의 재산을 신고했는데 부동산이 91억 2000만 원, 금융 채무가 56억 2000만 원에 달해 ‘영끌’(영혼까지 끌어 모으는) ‘빚투’(빚내서 투자) 논란에 직면했다. 또한 변호사 시절에 매입한 경기 광주 송정동 임야는 도로가 연결돼 있지 않은 ‘맹지’(盲地)이지만, 송정지구 개발로 신축 중인 아파트·빌라 단지와 인접해 있다는 점에서 투기 의혹이 제기됐다. 김 비서관은 그러나 전날 “해당 토지는 도로가 개설된다 해도 개발 행위가 불가능한 지역이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던 지인의 요청으로 부득이하게 취득한 것”이라고 말했었다.

민심이 들끓자 김 비서관의 사표는 신속히 수리됐지만 청와대의 부실 인사 검증 논란은 피할 수 없게 됐다. 청와대는 LH 사태가 터진 후 지난 3월11일 비서관들의 부동산 투기 전수조사를 했다며 “의심 거래가 없다”고 발표했다. 한데 불과 20일 후 투기 의혹을 제대로 거르지 못한 채, 혹은 알고도 봐 준 것인지 김 비서관을 임명한 것이다.

청와대는 언론이 의혹을 제기할 때까지 도대체 무엇을 한 것인가. 물론 1가구 다주택 소유 공직자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그랬다는 변명이 있을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이제 청와대 검증의 그물이 너무 성기거나 크게 구멍이 뚫린 건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검증 시스템은 완전하지 않다’고 마치 제3자처럼 논평하고 넘어갈 일은 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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