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와 지혜롭게 소통하는 법-김성수 성균관대 글쓰기 교수
2021년 06월 22일(화) 04:30 가가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친 지 35년째다. 무슨 과목이든, 키보드 검색만 잘하면 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와 점수로 환산되는 지식이 아니라 그 ‘너머’를 가르치려 했다. 강남의 족집게 스타 강사처럼 출제자 의도를 재빨리 포착해서 채점자 눈에 들게 답안을 꾸며 내는 논술 만점의 스킬은 길러 주지 못했다. 대신 검색과 암기로 터득되지 않는 학문적 진리와 학교 교육만으로는 얻기 힘든 삶의 지혜를 전하려고 잔소리꾼을 자처했다.
지금 학생들의 부모인 586세대부터 가르쳤던 ‘할배’라서 젊은이들이 잔소리를 엄청 싫어하는 걸 잘 안다. 그래도 시간만 나면 한 얘기 또 하고 또 한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생각 쓰기’만 하지 말고 ‘삶 쓰기’도 겸하라고 한다. 디지털 자판 세대가 아예 무시하는 문장부호와 퇴고도 꼭 하라고 강조한다. 애정 어린 지적과 야단치는 선생이 대학에 거의 없기에, ‘에브리타임’ 사이트에서 ‘강비추’ 욕을 좀 먹더라도 잔소리를 계속 해 달라는 졸업생들의 거듭된 요청 때문이다.
요즘 보수 야당에 초유의 30대 대표가 등장하면서 정치부터 문화까지 세대 갈등을 은근히 부추기는 세력이 있다. 도대체 MZ세대와 7080 세대의 갈등으로 누가 덕을 보는가? 사람이 사람답게 살 권리와 노장청 간 소통의 지혜를 경시하고 눈앞의 이익이나 이윤을 좆으라는 자본이란 이름의 물신인가도 싶다.
7080학번 세대로서 비록 꼰대로 손가락질 받더라도 굳이 변명하자면, MZ세대에게만은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고생했던 부모나 선배의 아픔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 어렵게 학교를 마치고 식구와 주변 사람을 돌봐야 했던 이들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산업 역군이나 민주화 운동 같은 공동체적 가치와 희생 및 헌신이었다. 힘들고 불편하고 때로는 싫은 일도 참고 견디면서 삶의 지혜를 후대에게 전하는 것이 앞선 세대의 역할 아닐까? 그래서 비판적 문제의식을 지닌 깨어 있는 지식인에게 태평천하는 없다고 잔소리를 늘어놓곤 하였다.
글쓰기 선생으로 젊은 영혼들의 삶의 속내와 참신한 생각을 접하면서 한편으로 세대 간 소통을 하고자 애썼다. 어떤 강의든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문제 제기, 토론식 대화와 영혼의 교감, 인간적 연대를 거론하였다. 가령 ‘보고서’는 억지 숙제나 예비 쓰레기가 아니라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 사이의 또 다른 대화의 통로라고 설득하였다. ‘수강 노트’ 또한 교수의 낡은 교안을 칠판과 피피티(ppt), 스마트폰과 ‘족보,’ 커닝페이퍼를 거쳐 답안지로 옮기는 배달 음식이 아니라 ‘자율 공부의 총체’로 재규정하였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바뀌었다. 간혹 별다른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학벌주의에 찌든 학생들은 물질의 힘이나 학교·학과 간판의 위력을 잘 알기에 잔소리나 지적을 견디지 못한다. 가르치는 자의 자긍심 한편에는 ‘욜로’를 외치는 MZ세대에게 가부장 적폐의 상징으로 비칠까 자괴감도 없지 않다. 그래서 “나 때는 이랬는데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식의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노장청 소통의 새로운 지혜를 얻기 위해 틈나는 대로 청년 학생들의 문화적 트렌드를 알아본다.
가령 아이돌 뮤직비디오와 웹툰, 컴퓨터게임과 스포츠 중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챙겨 본다. 그동안 접한 청년 문화로는 ‘드래곤 볼’ ‘신과 함께’ ‘신의 탑’ 같은 만화, 웹툰부터 지브리 프로덕션의 저패니메이션, 스타크래프트, 배그, 롤 등의 게임, 그리고 서태지, BTS, 있지(ITZY) 등의 아이돌 뮤직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학생들의 관심사를 선생이 예습하여 교과 내용의 적절한 비유를 현재진행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런 식의 일상적 소통과 신뢰를 쌓은 후,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하다는 세태에 굴복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호연지기를 길러 준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고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당장은 돈도 안 되고 이름도 높일 수 없을지언정 후회 없이 버티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부추긴다. 요리사를 꿈꾸는 법학도, 소설을 쓰는 약대생, 인디 밴드를 이끄는 경영학도, 단편영화를 찍는 영문학도 선배를 예로 든다.
단, 그때까지 힘든 경우가 참으로 많이 생길 텐데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살아가며 그걸 꿈꾸는 것이 젊음의 특권인 것을. 그가 이 글을 읽길 기대한다.
글쓰기 선생으로 젊은 영혼들의 삶의 속내와 참신한 생각을 접하면서 한편으로 세대 간 소통을 하고자 애썼다. 어떤 강의든 교수자와 학습자 사이의 문제 제기, 토론식 대화와 영혼의 교감, 인간적 연대를 거론하였다. 가령 ‘보고서’는 억지 숙제나 예비 쓰레기가 아니라 가르치는 이와 배우는 이 사이의 또 다른 대화의 통로라고 설득하였다. ‘수강 노트’ 또한 교수의 낡은 교안을 칠판과 피피티(ppt), 스마트폰과 ‘족보,’ 커닝페이퍼를 거쳐 답안지로 옮기는 배달 음식이 아니라 ‘자율 공부의 총체’로 재규정하였다.
하지만 세상이 빠르게 바뀌었다. 간혹 별다른 부족함 없이 자랐지만 학벌주의에 찌든 학생들은 물질의 힘이나 학교·학과 간판의 위력을 잘 알기에 잔소리나 지적을 견디지 못한다. 가르치는 자의 자긍심 한편에는 ‘욜로’를 외치는 MZ세대에게 가부장 적폐의 상징으로 비칠까 자괴감도 없지 않다. 그래서 “나 때는 이랬는데 요즘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식의 꼰대 소리를 듣지 않으려 애쓰고 있다.
노장청 소통의 새로운 지혜를 얻기 위해 틈나는 대로 청년 학생들의 문화적 트렌드를 알아본다.
가령 아이돌 뮤직비디오와 웹툰, 컴퓨터게임과 스포츠 중계, 유튜브와 넷플릭스 등을 챙겨 본다. 그동안 접한 청년 문화로는 ‘드래곤 볼’ ‘신과 함께’ ‘신의 탑’ 같은 만화, 웹툰부터 지브리 프로덕션의 저패니메이션, 스타크래프트, 배그, 롤 등의 게임, 그리고 서태지, BTS, 있지(ITZY) 등의 아이돌 뮤직까지 참으로 다양하다. 학생들의 관심사를 선생이 예습하여 교과 내용의 적절한 비유를 현재진행형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으니 가르치는 것은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
이런 식의 일상적 소통과 신뢰를 쌓은 후, 돈만 많이 벌면 행복하다는 세태에 굴복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걸 하라고 호연지기를 길러 준다. 자기가 정말 하고 싶고 남들보다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당장은 돈도 안 되고 이름도 높일 수 없을지언정 후회 없이 버티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 부추긴다. 요리사를 꿈꾸는 법학도, 소설을 쓰는 약대생, 인디 밴드를 이끄는 경영학도, 단편영화를 찍는 영문학도 선배를 예로 든다.
단, 그때까지 힘든 경우가 참으로 많이 생길 텐데 후회하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인다.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그렇게 살아가며 그걸 꿈꾸는 것이 젊음의 특권인 것을. 그가 이 글을 읽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