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안전 관리 ‘학동 참사’ 벌써 잊었나
2021년 06월 18일(금) 01:00
‘광주 학동 참사’로 17명의 사상자가 났음에도 다른 건설 현장에서의 안전불감증은 여전했다. 광주일보 취재진이 엊그제 대형 참사가 발생한 광주 동구를 비롯해 광주 지역 여타 건설 현장을 취재한 결과 근로자들의 안전모 미착용, 추락방지용 안전망 미설치, 안전 로프 미착용 등 곳곳에서 허술한 안전 실태가 드러났다.

실제 동구 서석동의 한 건설 현장 3층에서는 근로자가 안전모를 쓰지 않은 채 추락방지용 안전장치도 없이 작업을 하고 있었다. 동명동 교회 신축 현장에서도 노동자들이 건물 외벽에서 타일 작업을 하고 있었지만 추락 방지용 안전로프는 보이지 않았다. 추락 방지망 등도 찾아볼 수 없었다. 북구 문흥동 지역주택조합·주상복합아파트 건설 현장 역시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 대비 안전대책 등이 미흡했다. 북구청은 이 일대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해체계획서와 달리 철거공사를 실시한재개발사업장을 고발하기도 했다.

광주 지역 건설 현장에서 안전불감증은 이미 ‘관행’이 된 지 오래다. 문제는 원칙과 기본이 뒷전으로 밀리면서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거나 다친다는 데 있다. 당국이 안전 기준을 강화해 사고를 미연에 막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더 현실적인 산재 예방책은 단호한 처벌이다. 허술한 안전 점검 체계도 재정비해야 한다.

김정수 한국건축구조기술사회 호남지회장은 “현장 점검과 지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보니 안전에 대한 민원이 들어와도 감독 당국이 방문하기보다는 공문이나 전화로 할 수밖에 없는 점도 문제”라고 말한다. 무엇보다 건설사와 근로자들은 공사 원칙과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근로자 자신은 물론 시민의 목숨까지 위협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당국과 건설사 그리고 근로자들은 원칙을 지키지 않아 17명의 사상자를 낸 학동 참사의 뼈아픈 교훈을 결코 망각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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