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하도급에 ‘사고 위험 경고’도 무시했다
2021년 06월 14일(월) 00:00
광주 학동 철거 건물 붕괴 사고가 발생하기 두 달 전에 해당 현장의 사고 위험성을 경고하는 민원이 제기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시공사와 계약을 맺지 않은 철거 업체가 불법 하도급을 받아 건물 철거에 나선 사실도 확인됐다.

한 시민은 지난 4월 7일 광주시 동구에 ‘학동 4구역 재개발 건축물 해체 관련 안전 관리 철저 요청’이라는 제목의 민원을 제기했다. 민원인은 “철거 현장 바로 옆은 차량이 지나가는 도로다. 천막과 파이프로 차단하는 것이 인명사고 등(을 막을 수 있는지) 불안해서 알린다”고 지적했다.

민원인은 특히 사고를 예견이라도 한 듯 “높은 데서 파편 하나 떨어지고, 가는 차량의 유리에 맞게 된다면 그 피해자는 날벼락일 것”이라며 ‘서커스를 보는 것처럼 불길한 현장’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광주 동구는 4월 12일 “조합 및 해체 시공자에게 사고 등으로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안전조치 명령을 내렸다”고 답했다.

이번 사고로 붕괴된 건물은 지난 5월 25일 철거 허가가 내려졌다는 점에서 민원인이 지목한 건물은 같은 현장의 다른 건물로 보인다. 하지만 위험천만한 철거 방식에 대한 시민의 경고에도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구청 측의 현장 지도·감독이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경찰 수사 결과 재개발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과 철거 공사 계약을 맺은 업체는 한솔기업이지만, 사고가 난 건물의 철거는 다른 업체가 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은 하청업체의 재하도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도 이를 어긴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17명의 사상자를 낸 이번 참사가 안전 조치를 외면해 발생한 인재(人災)라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이제 경찰은 불법 재하도급은 물론 감리 및 철거 과정, 감독기관의 관리·감독 실태에 대해 엄정한 수사를 벌여 책임자들을 엄단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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