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인재’ 어쩌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2021년 06월 11일(금) 01:00
광주시 학동 주택 재개발 현장에서 5층 건물이 붕괴돼 승강장에 정차한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아홉 명이 숨진 대형 참사는 아직도 여전한 우리의 안전불감증을 여지없이 보여 준다. 이번 참사는 건물 철거 현장의 허술한 안전 관리에 의한 어처구니없는 인재(人災)였다. 사고는 그제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지 철거 과정에서 5층 건물이 무너지면서 통째로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일어나 승객 등 17명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었다.

대형 사고가 발생하면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우선이다. 원인을 찾아야 대책을 마련하고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조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관계 기관의 감식과 수사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정황상으로만 보더라도 인재였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시공사 측은 재하도급은 없었고 공법도 절차대로 진행됐다고 밝혔지만 의심스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철거 업체가 허가받은 해체 계획서대로 작업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주민들의 증언으로도 확인된다. 고층부터 순차적으로 철거해야 하는데 굴착기가 3층 이하 저층부터 작업을 했다는 것이다. 원청업체는 재하청은 주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시간과 비용을 아끼려고 해체 계획서를 무시하고 무리하게 작업했던 만큼 이는 수사기관에서 반드시 밝혀야 할 부분이다.

재개발조합이 감리업체를 선정하면서 ‘비상주 계약’을 체결한 것도 사고 원인이 됐다. 현장에 감리자가 없다 보니 원칙대로 철거가 진행되는지 감시할 수 없었고 결과적으로 사고를 막지 못했다. 내로라하는 굴지의 시공사가 재개발조합의 권한이라고 방치한 것은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자치단체의 강 건너 불구경식 관리 감독도 문제다. 광주시와 동구는 임시정류장을 마련하지 않고 그대로 운영한 것에 대해 시공사 측에서 요청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는데 적극행정은 아닐지라도 최소한의 현장행정을 했더라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고 이후 대통령과 국무총리도 신속한 수사와 엄정한 처리를 당부했다. 앞으로 더 이상 ‘예고된 인재’였다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관계 당국은 철저한 원인 조사와 그에 따른 엄정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것만이 무참하게 생을 마감한 피해자들의 원혼을 달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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