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의 코로나 상황을 지켜보며-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2021년 06월 09일(수) 06:20

박행순 전남대학교 명예교수

2019년 말 즈음에 출현한 코로나19(COVID-19)는 역사상 열 번째 역병으로 꼽힌다. 벌써 삼 년째, 꺼질 듯하다 살아나는 산불 같고, 여기저기서 머리를 쳐드는 것이 게임기의 두더지 같다.

최근에는 인도와 네팔에서 기승을 부린다. 네팔은 중국과 인도에 국경을 맞대고 있어서 두 대국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 네팔인들은 중국에 유학생으로, 인도에는 근로자로 많이 나간다. 2020년 1월 27일 중국 우한에서 귀국한 학생이 최초 코로나 환자로 확진된 후, 네팔 정부는 후베이성에 거주하던 175명의 자국민들을 전세기로 데려왔다.

이후 네팔은 인도의 코로나 상황과 밀접하게 연계된다. 두 나라 사이에는 비자 없이 육로로 왕래가 자유롭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가 3월부터 시행한 국가 봉쇄 조치 후, 일자리를 잃은 네팔 근로자들의 대규모 귀국 행렬과 함께 코로나 바이러스는 네팔 각처로 유입되었다.

네팔 정부는 공항 폐쇄로 외국인에 의한 바이러스 유입을 차단했다. 학교와 공공 기관, 다중 이용 시설 역시 폐쇄하고 각종 경제 활동을 강력하게 규제했다. 이를 어기고 시내에 나온 시민들을 경찰은 구타·연행하기도 했다. 이때쯤, 외국인 산행객 500여 명이 히말라야 산속에 고립되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주요 국가들은 서둘러 전세기로 자국민들을 데려갔다. 한인 사회에서도 노약자 중심으로 일시 귀국을 서둘렀다. 2015년 4월의 네팔 대지진에 이어 두 번째 일이었다.

코로나 확진자가 많아지자 네팔 병원에서는 적절한 치료가 불가능해서 환자들을 강제 퇴원시켰다. 농축 산소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공기 중의 20%나 되는 그 흔한 산소는 이를 포집, 농축해서 일정 압력으로 공급하는 산소발생기가 없으면 코로나 환자들에게 그림의 떡이다.

정부의 강력한 규제 결과 3월 중 일일 신규 확진자는 100명 미만, 사망자는 한두 명이고 확진율은 미미했다. 선진국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온 반면, 인도와 네팔을 포함하여 아시아 국가들이 상대적으로 잘 견디는 것 같았다. 코로나로 죽는 사람보다 장기간의 활동 제한으로 인한 우울증, 생활고로 자살하거나 굶어 죽는 숫자가 훨씬 많다고 했다. 네팔 정부는 7월 들어서 제한 조치를 풀었고 근로자들은 서둘러 인도로 돌아갔다. 인도 봉쇄는 6월에 해제된 상태였다.

금년 들어서는 인도의 4월 축제 기간에 1억 인파가 갠지스강에 몰렸고 방역은 느슨했다. 이는 필연적으로 코로나 2차 대유행을 야기했으며 매일 40만 명에 가까운 신규 환자를 양산했다. 인도의 코로나는 수많은 변종 바이러스와 함께 곧바로 네팔에 영향을 미쳤다.

네팔의 금년 설은 4월 14일이었고 이때를 전후하여 각 부족 축제가 잇따랐다. 네팔의 코로나 2차 대유행으로 정부는 4월 20일부터 다시 활동 규제에 돌입했다. 첫 번째 규제 이후 13개월 만이다. 강력한 규제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는 1차보다 훨씬 빠르게 퍼졌고 단기간에 수많은 사망자를 냈다. 5월 중 신규 확진자가 매일 8000명을 웃돌고 사망자는 200명에 가까웠다. 5월 말 우리나라의 누적 사망자가 2000명 미만인데 비해, 네팔 인구 3000만 명에 누적 사망자가 7000명을 넘어섰다. 확진율은 45% 안팎, 즉 검사자의 절반 가까운 수가 코로나 양성으로 판명되었다.

6월 들어 다소 진정되는 추세지만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오히려 2차보다도 짧은 간격으로 올 수 있는 3차 대유행을 우려하며 네팔 정부는 규제 위반자들에게 징역과 벌금 등 엄벌을 예고한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우리는 100세 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지켜보면서 마음이 착잡하고 생각이 깊어진다. 눈에 뵈지 않는, 생물과 무생물의 경계에 있는 바이러스에 무너지는 나약한 존재가 인간이다.

코로나19로 제한받는 것은 대외 활동뿐만이 아니다. 마스크로 입과 코를 막으니 들숨과 날숨 또한 편치 않다. 그래도 산소농축기 없이 숨 쉴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호흡과 생명이 직결된다는 것을 평상시에는 의식하지 않고 살아왔다. 호흡은 내가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주어지는 것, 절대자의 선물임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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