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죄도 좋지만 노태우 회고록 수정이 먼저다
2021년 05월 28일(금) 01:00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노재헌 씨의 잦은 광주 방문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2019년 이후 수차례 광주를 방문하면서 5·18에 대해 사죄의 뜻을 밝히고 있지만 지역민들은 과연 진정성이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노재헌 씨가 처음 광주를 방문한 것은 2019년 8월이다. 당시 그는 국립 5·18민주묘지를 찾아 참배하면서 아버지 노태우의 뜻이라고 밝히고 사죄했다. 이에 대해 조진태 5·18기념재단 상임이사가 ‘의미가 있다’면서도 “피해자들을 직접 만나 용서를 구하라”고 권유하자 노 씨는 석 달 만에 다시 광주를 찾아 5·18 피해자들에게 사죄했다.

지난해 5월에도 5·18묘지를 찾아 참배하면서 아버지 이름으로 헌화했다. 노 씨는 또 지난 4월 5·18 민주묘지를 참배한 데 이어 지난 며칠 전에는 충장로에서 연극 ‘어느 봄날의 약속’을 관람하기도 했다. 연극 속 실제 주인공인 이지현 전 5·18부상자동지회 회장의 초청에 의한 관람이었지만 정작 관람객들의 강한 반발로 총총히 돌아서야 했다.

노 씨 입장에서는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그의 잦은 광주행이 오해받지 않으려면 먼저 해야 할 게 있다. 그 첫 단추는 5·18의 원인을 ‘유언비어 때문’이라고 적시한 노태우 회고록을 수정하는 일이다. 5월 단체의 주장처럼 회고록의 역사 왜곡 부분을 바로잡지 않는다면 아무리 자주 광주를 찾아 사죄하더라도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밖에 없다.

노 씨는 지난해 7월 한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잦은 광주행의 배경이 정치 입문을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단 1%도 뜻이 없다”고 밝혔다. 만약 정치적 의도가 없다면 아버지 회고록부터 수정한 뒤 공식적으로 사과한다면 그때 비로소 광주 시민들도 넓은 마음으로 받 아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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