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5·18 북한 개입설’ 유포 앞장섰다니
2021년 05월 13일(목) 02:10
80년 5월 당시 외무부(현 외교부)가 5·18 민주화운동 진압에 대한 해외 반응과 홍보 대책 등을 보고하라고 재외공관에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중남미 지역 재외공관들은 5·18이 북괴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이라는 자료를 언론에 배포하는 등 ‘북한 개입설’ 유포에 앞장선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민주당 윤영덕 국회의원(광주 동남갑)은 외무부가 1980년 5월과 6월에 걸쳐 중남미 재외공관에 5·17 비상계엄 전국 확대 및 5·18 진압과 관련된 각국 동향을 파악하도록 지시한 문건을 확보해 그제 공개했다. 해당 문서에 따르면 외무부는 당시 장관 명의로 중남미 지역 공관장에게 “최근 광주사태 및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 설립 등 국내 정세에 대한 해당 국가의 반응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당시 주 아르헨티나 대사관은 “현지 유력지가 ‘광주사태는 북괴의 책동에 의한 것’이라고 보도하고 ‘국제정치상 한반도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광주사태를 북괴가 악용할 여지를 경계해야 한다’는 사설까지 내보냈다”고 보고했다. 특히 대사관 측은 언론의 이러한 보도가 “대사관이 현지 언론을 접촉해 이뤄 낸 성과”라며 공적을 내세웠다.

주 멕시코 대사관도 “일간지 및 방송이 대사관에서 배포한 자료에 따라 광주사태가 북괴의 배후 조종에 의한 것으로 보도했다”고 외무부에 보고했다. 이러한 문건 내용은 당시 외무부와 재외공관이 ‘5·18 북한 개입설’ 등 허위 사실을 앞장서서 유포하며 5·18 민주화운동을 조직적으로 왜곡했음을 말해 준다.

당시 외무부의 이런 행위는 국제사회에 권력의 정당성을 홍보하기 위한 신군부의 전략 아래 추진됐을 것이다. 또한 이는 중남미에만 그치지 않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5·18 관련 기록이 담긴 외교 문건에 대한 보다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검증을 통해 왜곡의 실체와 진상을 명확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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