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주 전 대한체육회 사무차장] 광주체육회장 선거인단에 바란다
2021년 05월 10일(월) 00:05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계절이다. 코로나로 인해 봄을 제대로 맞이하기도 어려웠고, 즐긴다는 것은 더더욱 생각할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계절만이 아니라 광주 체육계 또한 생명이 약동하는 봄을 맞이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광주체육회가 지난해 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민선 체육회로 출범했지만 회장이 개인 사정으로 중도하차하게 되면서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는 난관에 봉착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과거 대한체육회 회장은 대의원 총회에서 선출을 하도록 되어 있었지만 실제로는 한동안 정부가 임명을 해 오다가 경기 단체가 추천하는 대의원 총회에서 투표로 회장을 선출해 왔다. 이것이 민선 체육회장 시대로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대의원 총회에서 선출하던 대한체육회 회장을 지금은 대규모 선거인단을 구성하여 선출하게 되면서부터 대한체육회의 위상에 걸맞은 회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과거에는 민관식·김택수·박종규·정주영·김운용·이연택 등 훌륭한 지도자들이 체육회장을 맡아 대한체육회의 위상을 높여 왔고 체육 발전 또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외국의 경우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맡고 있으며, 정통 체육인 출신인 경우가 많다. 토마스 바흐 IOC위원장이 그 대표적인 예로 그는 올림픽 대표 펜싱 선수였다.

그러나 최근 선출된 체육회장들은 연간 수천억 원의 지원을 받는 단체장으로서 경륜이나 자질이 그 격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능력 면에서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해 회장 선출 규정을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시·도체육회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민선 회장을 선출하게 되면서 무리한 출연금의 요구나 선거인단 구성 및 선거 절차 등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행 시·도체육회 회장 선출 규정은 대한체육회가 확정한 회장 선거 관리 규정에 따라 지방마다 조직되어 있는 대의원을 종목 단체로 확대하고 여기에서 민선 회장을 선출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권을 가진 대의원 수가 기존보다 서너 배 규모로 확대되었다. 이로 인해 자격이 부족한 후보자들이 난립하여 과다한 선거 비용을 지출하거나 정치인과의 결탁으로 정치에 예속되어 체육계가 분열되고 예산이 감축되는 등 부작용 또한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다.

제도의 취지에 맞게 광주 민선 체육회장은 400여 억 원의 시 보조금으로 운영되는 광주체육회를 운영할 수 있는 풍부한 경륜과 높은 비전, 그리고 체육 활동에 오랫동안 참여해온 다양한 경험이 있어야 한다. 어떠한 조직이든 리더의 비전이 중요하다. 체육회의 비전을 분명히 제시하고, 당선되면 광주체육회를 변화시킬 확실한 목표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인물이 선출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선거에서 거론되고 있는 일부 후보들 중에는 도덕성 결여와 정치적 편향성이 제기되고 있어 당선될 경우 체육계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광주 체육 발전을 염려하는 많은 이들은 지방 체육의 정치 예속화나 체육인들의 분열을 우려하고 있다. 지자체장 선거와 연관되었거나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 통합 과정에서 소외됐던 체육 관계자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 경우 선거 후에 체육인 간, 지역 간 분열 양상이 심각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에 체육계에서는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시 빚어졌던 부작용과 추문이 이번 체육회장 선거로 옮겨져 불법과 혼탁한 선거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광주체육회장 선거는 지난 선거부터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으로 양분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다시 분열되게 되면 선거 후 체육계의 분열로 이어져 광주 체육 발전은 요원하게 된다.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을 서로 다른 목표를 추구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국민 건강 증진이 목적이다. 엘리트체육은 뛰어난 운동선수를 양성하여 국위를 선양하는 것이 목표이고, 생활체육은 말 그대로 국민 모두가 평생 동안 즐기며 건강 생활을 영위하는 게 목표다. 따라서 이 두 가지는 서로 다른 체육 활동이 아니고 서로 긴밀한 관계를 가지고 연계해야 발전할 수 있다. 일본이 1964년 도쿄올림픽 이후 엘리트체육에서 생활체육으로 전환되면서 엘리트체육이 무너져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을 볼 때 결코 어느 한 쪽으로 기울어져서는 안 된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번 광주체육회장 선거에서는 자질과 비전이 있는 회장이 당선되어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은 물론 학교체육까지도 아우르며 광주 체육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그리하여 광주 체육계가 꽃피는 봄날을 맞이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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