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규 농협 안성교육원 교수] 디지털 농업과 데이터의 중요성
2021년 04월 28일(수) 23:50
농업은 기후변화에 민감한 산업이다. 파종기와 개화기, 수확기의 기온·강수량·일조 시간의 변화가 농작물의 품질 수준과 생산량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기후 온난화, 환경 파괴 등으로 폭염·가뭄·한파·집중호우와 같은 기상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작물 생산이 큰 타격을 입으면서 국제 곡물의 수급 불안과 가격 상승이 반복된다.

세계 인구는 2020년 78억 명에서 2050년 10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현재보다 식량 생산이 50% 이상 증가되어야 한다. 우리 농업도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와 환경오염 리스크로 인한 수급 불균형 및 가격 불안정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농업 분야도 농산물 생산량을 늘리면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감소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과학 기술이 접목된 농업의 디지털화가 국내외 농업 위기 극복을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이다. 디지털 농업은 정밀 농업기술에 첨단 ICT 기술과 인프라를 결합한 기자재를 투입하고, 다량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단순히 농업의 생산성 증대 목표만이 아니라 환경성 증대, 안정성 확보 등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다.

디지털 농업의 핵심은 유용한 데이터 분석과 활용이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쇤베르거 교수가 그의 저서에서 “21세기 권력의 핵심은 데이터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데이터는 모든 산업 발전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센서 등을 통해 생성되는 대량의 데이터는 토지·노동·자본 등 기존 생산 요소를 능가하여 농업의 발전을 견인하는 중요한 생산 요소로 작용한다.

따라서 디지털 농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우선 신뢰도 높은 충분한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한다. 농업은 수도작·밭농사·과수·시설원예·축산 등 분야도 다양하고, 농가별 영농 규모도 차이가 많다. 토양·기상·품종·환경·재배기술 등 데이터의 범위도 광대하다. 개별 농가 단위의 데이터 축적·분석에 의한 농사는 한계가 있고 경제성도 높지 않다.

국가 차원의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 기관과 민간 기업, 농업인들이 함께 참여해야 빅데이터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자칫 시기를 놓치면 종자의 사례처럼 외국의 글로벌 기업 등에 데이터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

데이터는 축적된다고 해서 저절로 해석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시도와 시행착오가 있어야 가능하다. 여러 데이터가 모이더라도 그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공통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데이터를 가공·분석하고 서비스 제공 범위 등에 대한 로드맵도 필요하다.

디지털 농업 기술의 최종 수요자는 농업인이다. 농업인들은 ICT 기술에 대한 이해도와 수용성이 아직 높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기술과 보급률이 농업 분야에도 빠르게 접목되어 농업인들이 좀 더 편하고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업의 디지털 전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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