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전 광주역사민속박물관 학예실장] 주택 재개발로 한옥 시범단지 만들자
2021년 04월 27일(화) 23:00
지금 광주는 원도심은 물론 부도심 지역에 이르기까지 시내 일원이 가히 재건축의 부흥기를 맞이하듯 고층 아파트 건립이 경쟁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이제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을 뛰어넘어 ‘아파트 제국’이 형성될 조짐마저 보인다. 작금의 상황을 바라보는 다수의 뜻있는 시민들은 심각한 우려와 부작용을 표명하고 있다. 위성도시인 나주·화순·담양·장성에서 들어오는 4대 관문은 초입부터 아파트 장벽이 거대한 요새처럼 가로막아 광주라는 본래의 정체성 대신에 답답한 마음을 먼저 자아내게 한다.

광주는 주택보급률이 100%를 웃돌고 있으며 아파트 주거 비율도 6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높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추진되거나 추진 예정인 20여 곳에 이르는 원부도심 지역의 재개발 아파트가 완공되고 나면 점차 주택 과잉 공급에 따른 적잖은 후유증이 예상된다. 즉, 도심 고집적화에 따른 주거환경의 악화, 교통혼잡의 문제, 아파트 선호에 따른 방치된 독립 폐가 문제, 노후 아파트의 슬럼화 문제, 시차를 두고 발생할 과잉 공급에 따른 집값의 하락 등 많은 복합적인 문제 발생이 뒤따를 것이다.

여러 복합적인 문제의 발생 소지에도 불구하고 성행하는 초고층 아파트 위주 재개발 사업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한옥 집단주거 시범단지의 건립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옥단지의 건설은 60∼100호 규모로 하여, 대부분은 일반 주택으로 이용하고 5∼10호 정도를 관광객 숙박시설로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건물의 외부는 전통 한옥 양식에 충실하고 내부 구조는 현대시설로 만들어서 일상생활에 전혀 불편하지 않도록 고려한다. 또한 자연스러운 골목길과 고풍스런 돌담, 아담한 정원 등을 조성하여 옛 정취를 살려 낸다. 단지 내에는 일정한 크기의 연못과 정자를 배치하여 경관과 휴식의 공간으로 조성한다.

한옥 주거 단지의 건립을 통하여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풍성하다. 첫째, 산뜻하고 쾌적한 도심 환경의 보전에 기여할 수 있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차단하고, 자연 친화적인 소재와 조형물을 조성하고 배치함으로써 따뜻하고 정감이 넘치는 도시 건설에 한걸음 더 근접할 수 있는 것이다. 둘째, 지역 내의 특색 있는 관광문화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사실 역사문화도시를 표방하고는 있지만 외지인들이 찾아오면 볼거리와 놀거리가 그리 충분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옥마을 골목길 투어와 오롯한 광주 문화의 체험은 뜻깊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다. 셋째, 역사문화도시로서의 강력한 상징물로 떠오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민주인권도시라는 슬로건이 광주의 상징성이듯 한옥문화단지가 제대로 된 모습을 갖추게 된다면 장차 역사문화도시 광주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같은 한옥마을의 조성과 더불어, 도심권역의 재개발도 틀에 박히다시피한 고층 아파트 위주의 건립 방식을 지양하고 정원을 갖춘 고급형 개별주택단지, 독특한 디자인과 형태를 가진 빌라단지 등 다양한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 이를 통해 고도의 밀집화를 지양하면서 쾌적한 도시 환경을 보존하고 도시의 정체성을 보존하는 방향을 견지해야 한다. 구체적인 대안으로, 유럽의 유서 깊은 역사도시처럼 도심 주거지역을 격자형으로 구획하고 6∼8층 정도의 블록형 주상복합건물을 균형 있게 배치하여 쾌적한 주거 환경과 도심의 과밀화 방지를 도모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성이 크다고 생각된다. 사업 구역 내의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은 최대한 살려낸다. 이렇게 하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도심권의 쇠퇴를 방지하면서도 도시 미관 증진과 역사성을 보존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사실 아파트 건립 일변도의 도시 재개발은 사업 진행 절차가 비교적 용이하고 손쉬운 재산 증식의 방편이 되기 때문으로 보이지만, 도시 전체의 조화로운 발전과 사회문화적인 통합, 지속가능성의 측면에서는 보다 치밀하고 미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여기에 도시계획 및 건축분야 담당 부서를 중심으로 한 행정당국이 기존의 규정과 관행에 안주하기보다는, 복합적 국면의 타개를 위해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로 아름다운 문화 선도 도시를 건설하는데 적극 나서주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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