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형성 벗어난 연기…‘윤여정표’ 캐릭터로 자리잡다
2021년 04월 26일(월) 19:05 가가
‘생계형 배우’에서 한국 최초 오스카 수상까지…윤여정의 55년 연기 인생
포브스 “‘미나리’서 모두의 할머니 역…웃기고 가슴 아픈 것 이상”
‘화녀’로 파격적 스크린 데뷔…김수현 작가 만나 자신만의 색깔 입혀
포브스 “‘미나리’서 모두의 할머니 역…웃기고 가슴 아픈 것 이상”
‘화녀’로 파격적 스크린 데뷔…김수현 작가 만나 자신만의 색깔 입혀
영화 ‘미나리’에서 보편적이지만 뻔하지 않은 할머니 연기로 할리우드를 매료한 배우 윤여정은 데뷔 이후 55년 동안 90편이 넘는 영화와 드라마에 출연했다. 같은 연배의 여배우들이 외모 등으로 스타덤에 올라 주연을 꿰차고, 나이가 들면 원숙미를 강조하는 과정을 겪었다면, 윤여정은 데뷔 초반부터 강렬한 작품에 도전했고, 나이가 들어서도 동년배 배우들과는 다른 색깔의 연기를 선보였다.
◇모두의 할머니, 전형적이지 않은 연기로 찬사
26일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로 이주한 딸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영화에서 손주 데이비드가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고 외치는 대사가 윤여정표 순자를 대변한다.
포브스는 윤여정의 50여년 연기 경력을 소개하며 “독특한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오스카 레이스를 점치면서 “윤여정의 역할은 엄청나게 웃기고 약간 가슴 아픈 것 이상”이라며 “영화를 좋아한다면 그녀도 사랑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 ‘화녀’로 파격적인 스크린 데뷔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은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김기영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화녀’(1971)와 두 번째 작품인 ‘충녀’(1972)에서 윤여정은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는 가정부, 첩으로 들어간 집에서 극에 달한 히스테리를 부리는 역으로 당시 20대 여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드라마 ‘장희빈’(1971∼1972)에서도 악녀 연기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의 악역 연기에 몰입한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아 CF 모델에서 하차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혼과 도미, 이혼 등으로 공백기를 겪은 후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독보적이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을 시작으로 젊은 남자를 탐닉하거나 돈 앞에 한없이 냉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범상치 않은 인물을 주로 맡았다. 이후 ‘돈의 맛’(2012)에서는 재벌 집안의 탐욕스러운 안주인 금옥으로 분해 돈에 중독된 최상류층의 욕정, 집착을 연기했다.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는 청재킷을 입고 종로 일대에서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는 박카스 할머니를 맡아 우리 사회의 그늘진 현실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후벼팠다.
◇ 김수현 작가와 오랜 인연…‘윤여정표’ 캐릭터 선보여
드라마에서는 좀 더 전형적인 할머니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편이다. ‘굳세어라 금순아’(2005)에서 부모 잃은 손녀를 딸처럼 키운 할머니, ‘내 마음이 들리니’(2011)에서 돈도 배운 것도 남편도 없이 바보라 손가락질받는 아들을 억척스럽게 키우는 할머니 등이 그랬다.
그러나 윤여정은 스테레오 타입의 역할도 최대한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면서 늘 원형보다는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편이다. 특히 원로 작가 김수현과 인연을 맺으면서부터 이런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 작가는 윤여정이 미국에서 조영남과의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녹음기 편지’로 그를 위로했고, 이혼 후에도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등 각별했다.
윤여정이 미국에서 돌아와 재기할 수 있게 해준 작품도 김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1992)였다. 윤여정은 이 작품에서 ‘한심애’ 역을 맡아 본래 조용했지만, 시부모 밑에서 시동생이 다섯을 넘어가는 대가족 살림을 하며 수다스럽게 변한 모습과 딸들과 갈등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연합뉴스
26일 오스카 트로피를 품에 안은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미국 남부 아칸소주 시골로 이주한 딸 부부를 돕기 위해 한국에서 건너간 할머니 순자를 연기했다. 영화에서 손주 데이비드가 “할머니는 진짜 할머니 같지 않아요”라고 외치는 대사가 윤여정표 순자를 대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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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만에 재개봉하는 영화 ‘화녀’ |
윤여정의 스크린 데뷔작은 말 그대로 ‘파격’이었다. 김기영 감독과 처음 호흡을 맞춘 ‘화녀’(1971)와 두 번째 작품인 ‘충녀’(1972)에서 윤여정은 주인집 남자를 유혹하는 가정부, 첩으로 들어간 집에서 극에 달한 히스테리를 부리는 역으로 당시 20대 여배우들과는 다른 행보를 걸었다.
드라마 ‘장희빈’(1971∼1972)에서도 악녀 연기로 크게 주목받았다. 그의 악역 연기에 몰입한 시청자들의 미움을 받아 CF 모델에서 하차한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혼과 도미, 이혼 등으로 공백기를 겪은 후 스크린으로 돌아온 그가 쌓아온 필모그래피는 독보적이다. 임상수 감독의 ‘바람난 가족’(2003)을 시작으로 젊은 남자를 탐닉하거나 돈 앞에 한없이 냉정한 카리스마를 뿜어내는 범상치 않은 인물을 주로 맡았다. 이후 ‘돈의 맛’(2012)에서는 재벌 집안의 탐욕스러운 안주인 금옥으로 분해 돈에 중독된 최상류층의 욕정, 집착을 연기했다.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는 청재킷을 입고 종로 일대에서 가난한 노인들을 상대하는 박카스 할머니를 맡아 우리 사회의 그늘진 현실을 직설적인 화법으로 후벼팠다.
◇ 김수현 작가와 오랜 인연…‘윤여정표’ 캐릭터 선보여
드라마에서는 좀 더 전형적인 할머니와 엄마의 모습을 보여준 편이다. ‘굳세어라 금순아’(2005)에서 부모 잃은 손녀를 딸처럼 키운 할머니, ‘내 마음이 들리니’(2011)에서 돈도 배운 것도 남편도 없이 바보라 손가락질받는 아들을 억척스럽게 키우는 할머니 등이 그랬다.
그러나 윤여정은 스테레오 타입의 역할도 최대한 자신만의 색깔로 소화하면서 늘 원형보다는 캐릭터로 재탄생시킨 편이다. 특히 원로 작가 김수현과 인연을 맺으면서부터 이런 모습이 눈에 띄었다. 김 작가는 윤여정이 미국에서 조영남과의 결혼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을 때 ‘녹음기 편지’로 그를 위로했고, 이혼 후에도 재기할 수 있도록 돕는 등 각별했다.
윤여정이 미국에서 돌아와 재기할 수 있게 해준 작품도 김 작가의 ‘사랑이 뭐길래’(1992)였다. 윤여정은 이 작품에서 ‘한심애’ 역을 맡아 본래 조용했지만, 시부모 밑에서 시동생이 다섯을 넘어가는 대가족 살림을 하며 수다스럽게 변한 모습과 딸들과 갈등하는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려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