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순사건 특별법 제정 위해 끝까지 최선을
2021년 04월 26일(월) 00:00
보성에 사는 이찬식 씨는 평생 한을 지닌 채 살아왔다. 부친이 여순사건으로 일찍 세상을 뜨면서 그의 운명은 꼬이기 시작했다. 그의 조부는 어디 가서 여순 사건의 ‘여’자도 꺼내지 못하도록 입단속을 시켰다. 그렇게 숨죽이며 살면서도 그는 교원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하지만 결국 임용되지 못했다. 지금은 없어진 연좌제 때문이었다고 한다.

지금 그는 삼베 농사를 지으며 삼베 제품을 보존하고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이 씨처럼 여순사건으로 70여 년 통한의 세월을 살아온 이들이 많다. 이들의 한이 조금이나마 풀릴 수 있을까? 마침 지난 19년 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여순사건 특별법 제정에 청신호가 켜졌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법안소위는 엊그제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국무총리 소속의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설치, 희생자 및 유족의 복지 증진 및 법률 지원 사업 지원, 치료와 간호가 필요한 희생자에 대한 의료 지원금 및 생활지원금 지급, 여순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배제 등이다.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배제 조항을 부칙에 담았고, 희생자에 대한 의료 지원금 및 생활 지원금의 지급과 위령사업에 평화 등 인권 교육을 포함시킨 것은 다른 과거사법과 구별된다. 사실상 제주 4·3 특별법과 유사하다.

여순사건 특별법은 앞으로 행안위 전체회의와 법사위원회를 거쳐 이달 말께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할 예정이지만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 이번 소위 통과 과정에서도 국민의힘이 조직적인 반대를 편 것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치권에서는 어떤 어려움이 있더라도 여순사건 특별법이 본회의에서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피해자들의 70년 한을 풀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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