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늉만 하는 처벌로는 산재사고 못 줄인다
2021년 04월 23일(금) 00:00
지난해 5월 광주 광산구 폐목재 가공업체에서 20대 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지역사회에서도 재해 예방을 위해 사업주에 대한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었다. 때마침 지난 1월 8일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50인 이상 사업장은 내년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은 2024년부터 시행된다.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법 시행 이전이어서 그런지 산재 사고가 빈발하고 있고 산재 사고에 대한 처벌도 너무 경미하다. 광주일보가 지난해 5월 폐목재 공장 노동자 사망 이후 광주지법의 산재 판결 23건을 전수분석해 보았더니 기소된 28명의 사업주 가운데 실형을 받은 사람은 두 명에 불과했다. 실형을 선고받은 이들마저 항소심 재판에 가서는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노동자가 사망했는데도 1심 재판부터 대다수 사업주들이 벌금형을 받거나 징역을 받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나 실제 수감되는 사례는 거의 없었다.

벌금 액수도 노동자 한 명당 평균 527만 원에 불과했다. 법원은 피해자에게도 과실이 있다거나 보험금을 받았고 유가족과 합의했다는 점 등을 양형 사유로 들고 있지만 노동자의 목숨값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처사가 아닌지 묻고 싶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산업재해 사고에 대한 형량을 강화하는 기준안을 마련해 7월부터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고 예방을 위한 비용보다 벌금이 적게 든다는 인식을 가진 사업주들의 의식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산재 사고에 대한 처벌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