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에 걸친 애타는 호소 끝내 외면할 건가
2021년 04월 23일(금) 00:00
의료 서비스는 생활 형편이나 사는 곳에 관계없이 모두가 공평하게 누려야 할 국민의 기본 권리다. 한데 전남 지역은 의료 취약계층과 의료비 지출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데도 인구 대비 의사 수는 최하위권이다. 이처럼 열악한 의료 여건은 전국 시도 중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전남이 처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65세 이상 고령인구와 등록 장애인 비율이 각각 23.7%, 7.6%로 전국 최고이다. 그만큼 의료 수요가 많은데도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1.7명으로 전국 평균(2.08명)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뇌혈관·소아외과 전문의는 한 명도 없고,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0만 명당 1.4명으로 전국 최하위다. 목포·순천·강진 등 세 곳의 공공의료원에 필요한 의사 정원은 51명이지만 현재 인력은 36명뿐이다.

또한 의사가 없는 섬은 164곳으로 전체 유인도의 60%나 되며 이 때문에 환자 이송 중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의료 장비나 시설 역시 취약해서 매년 80만 명의 주민이 치료를 받기 위해 다른 시도의 상급 종합병원을 찾고 있다. 이들이 쓰는 의료비만 1조 5000억 원에 이를 정도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지역 주민들은 지난 30년간 정부에 줄기차게 의대 신설을 요청해 왔다. 지난해 정부·여당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방안을 내놓았을 때 가장 먼저 환영의 목소리를 낸 것도 이 때문이다. 한데 정부와 의료계가 이를 원점에서 재논의키로 한 뒤 아무런 진척이 없어 자칫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남도는 열악한 의료 환경이 인구 감소로 이어져 지역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보고 최근 자체적으로 의대 설립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용역에 착수하는 등 총력전에 나섰다.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가장 필요한 정책은 의료 인력 양성과 공공의료 확충을 통한 의료 취약지 해소다. 정부는 전남 도민의 30년에 걸친 애타는 호소를 더 이상 외면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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