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69주년] ‘호남의 재도약’ 광주일보가 함께합니다
2021년 04월 20일(화) 00:00
호남 언론의 종가(宗家), 광주일보가 오늘로 창사 69주년을 맞습니다. 1952년 6·25전쟁의 폐허 속에서 고고(呱呱)의 성(聲)을 울리며 태어난 광주일보는 그동안 지역 언론의 선구자로서 지역민과 동고동락해 왔습니다.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 6월 항쟁, IMF 외환위기, 촛불 혁명 등 격동의 물결을 헤치며 현대사의 증인이자 지역의 파수꾼으로서 그 본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지난 예순아홉 성상(星霜)은 고난과 시련의 연속이었습니다. 대한민국과 호남이 넘어야 했던 역사의 파고(波高)가 그만큼 거세고 험난했기 때문입니다. 숱한 도전과 역경에도 광주일보가 호남 대표 언론으로서 위상을 올곧게 지켜 낼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지역민과 애독자 여러분의 성원과 사랑 덕분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우리는 창사 69주년을 맞아 각오를 새롭게 다지며 그 어느 때보다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낍니다. 그것은 국가적으로나 지역적으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많기도 하지만 지금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할 분수령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모두 앞에 놓인 가장 절실한 과제는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사태의 극복입니다. 다행히 지난해 말부터 세계 각국에서 백신 접종이 본격화되면서 조금씩 희망이 보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백신 대량 확보가 쉽지 않은 데다,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가 출현해 백신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등 재확산의 위험 요소도 곳곳에 산재해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산발적인 감염이 속출하면서 4차 대유행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걱정을 없앨 수 있는 길은 딱 하나뿐입니다. 효과가 검증된 백신을 조기에 확보해 접종 속도를 높이고 마스크 착용 및 사회적 거리 두기 등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것입니다. 그것만이 최선의 길입니다.

아울러 공공 의료 시설 및 인력 확충도 서둘러야 할 것입니다. 전국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의과대학이 없는 전남 지역에 의대를 신설하는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감염병 재난으로 타격이 큰 사회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한 기본소득이나 사회보장 등 사회 안전망 확충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모든 영역에서 급격한 변화가 예상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광주·전남 지역도 비대면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 등 사회 전반의 혁신을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하겠습니다.

지난 7일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참패하면서 정치권에는 격랑이 휘몰아치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2017년 대선과 이듬해 지방선거 그리고 지난해 총선까지 연전연승을 거두었습니다. 그리하여 청와대, 정부,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막강한 의회 권력까지 통째로 장악하며 180석의 거대 여당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압도적 표 차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자리를 국민의힘에 내주며 심각한 민심 이반을 확인해야 했습니다.

여기에는 성난 부동산 민심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衆論)입니다. 스물다섯 차례에 걸친 대책 발표에도 불구하고 집값 폭등을 누르지 못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땅 투기 의혹과 청와대 및 여당 국회의원들의 ‘부동산 내로남불’이 민심의 이반을 불러왔습니다. 근원적으로는 정부·여당이 적폐 청산과 검찰 개혁에 매몰돼 민생과 국민 통합을 소홀히 한 채 실정을 되풀이하면서 20·30대 유권자들조차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는 진단이 나옵니다.

민주당의 완패에 최대 지지기반인 호남의 민심도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내년 3월 치러질 차기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졌던 이번 선거에서 참패하면서 정권 재창출에도 빨간불이 켜졌기 때문입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에 이어 네 번째 ‘민주 진영 정권 재창출’에 대한 기대가 컸던 호남 유권자들로서는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결과입니다.

정부와 여당의 맹성(猛省)이 요구됩니다.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의 매서운 회초리를 겸허히 받아들여 자성의 계기로 삼는 한편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민주당 일색으로 초·재선이 대부분인 광주·전남 국회의원들도 당 혁신의 최전선에 나서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할 겁니다. 연대와 도전으로 호남 정치의 새 지평을 열어 가야 합니다.

정치도 정치지만 지금은 인구 감소 및 고령화로 광주·전남 상당수 자치단체들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지방자치 부활 30년을 맞았지만 자본과 인구 및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은 갈수록 가속화되고 지방은 외려 쇠락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격차를 해소하고 소멸 위기에 처한 지방을 살리기 위해 국가 지원을 강화하는 특별법 제정에 힘을 모아야 할 때입니다.

물론 전국의 광역자치단체들은 행정·경제 통합이나 메가시티 구축 등 ‘광역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수도권 집중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에 이어 충청권도 논의가 한창입니다. 광주시와 전남도 역시 행정 통합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1년 6개월의 용역을 거쳐 공론화위원회를 구성, 최선의 방안을 도출하기로 했습니다. 어떤 방식이든 충분한 소통을 통해 지역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연대와 상생의 지혜입니다. 지역 최대 현안인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 해결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문제는 그동안 광주·전남 갈등의 핵심 요인이 되어 온 만큼 양 시도는 상호 윈윈(win-win)의 해법을 찾기 위해 두 손을 마주 잡아야 합니다. 최근 국무조정실 주도로 정부 부처와 양 시도가 참여하는 범정부협의체가 꾸려져 해법 논의를 시작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지난해 말 5·18역사왜곡처벌법과 5·18진상규명특별법, 5·18민주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률 등 ‘5·18 3법’이 잇따라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이로써 5·18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할 경우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고, 5·18조사위의 활동 기간과 범위도 확대됐습니다. 하루빨리 미완의 과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진상 규명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입니다.

올 들어서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정상화를 위한 아시아문화중심도시특별법 개정안과 내년 3월 개교 예정인 한국에너지공대를 지원할 특별법도 마침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전국 최초의 상생형 지역 일자리 기업인 광주글로벌모터스(GGM)도 공장 건설을 마치고 시험 생산을 거쳐 오는 9월이면 양산에 돌입하게 됩니다. 이처럼 지역 현안 사업들이 그동안의 지지부진에서 벗어나 본궤도에 오르게 됐으니 튼실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역 사회가 지원에 나서야 할 것입니다. 더불어 광주가 적극 육성하고 있는 인공지능(AI)과 전남의 해상 풍력 발전 등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지역 발전의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광주일보도 최대한 힘을 보태겠습니다.

다시 초심(初心)으로 돌아갑니다. 광주일보 3대 사시(社是)를 되새겨 봅니다. ‘불편부당(不偏不黨)의 정론(正論)을 편다’ ‘문화 창달의 선봉에 선다’ ‘지역 개발의 기수가 된다’. 그것은 강한 자의 횡포를 억누르고 약한 자를 따듯이 보듬어 안는 ‘억강부약’(抑强扶弱)의 정신입니다. 또한 언론 본연의 책무에 충실하고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합니다.

내년이면 어느덧 창간 70주년을 맞이하는 광주일보는 디지털 중심의 미디어 환경에서 가짜 뉴스를 걸러내고, 진실만을 추구하며 사실 보도에 충실하겠습니다. ‘독자 중심’ ‘지역 중심’의 기사와 심층적인 논평을 통해 사회적 공기(公器)이자 저널리즘 본연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입니다. 깊이 있는 뉴스와 알찬 정보로 독자 여러분들께 보다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하면서, 새로운 100년을 열어 갈 것을 약속드립니다. 애독자 여러분의 사랑과 격려에 다시 한 번 큰절로 인사드리면서, 여러분의 가정에 행운이 깃들고 행복이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