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스마트팜에 희망을 걸다
2021년 04월 15일(목) 00:00

유지원 전남 스마트팜 1기 교육생 대표

지난해 유례없이 길었던 장마는 역대 최장 기간인 54일을 기록했다. 뉴스에선 연일 ‘이상기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보도됐다. 밭에 심어 놓은 고추는 긴 장마와 집중호우 등으로 모두 땅에 떨어졌고, 비가 제발 그치길 바라며 하늘만 바라보는 날들이 이어졌다. 멀게만 느꼈던 이상기후는 전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생산량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농업의 기회를 보고 뛰어들었지만 위기가 더 크게 다가오는 지금, 이를 타개할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한다면 미래의 농업에서 필자가 설 자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심 끝에 해결책으로 선택한 것은 ‘스마트팜’이었다. 생소한 분야지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앞서 우선 부딪쳐 보려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배울 곳이 마땅치 않았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을 만큼 친분이 있는 농가도 없어 쭈뼛거리며 견학을 요청해야 했고, 관련 기관에서 단발성으로 진행되는 교육은 내용이 깊지 않고 광범위해 아쉬움이 남곤 했다. 어떻게 부딪쳐야 하는지 감도 잡지 못한 채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전남도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센터’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보게 됐다. 스마트팜에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는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저명한 농업계 교수·박사님들께 기본 이론을 배우는 입문과정(150시간), 현장실습을 위주의 교육형 실습과정(480시간), 직접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경영형 실습과정(960시간)으로 구성돼 있었다.

총 20개월 동안 최신 시설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며 실습비를 지원해 주고 창농(創農) 준비의 발판으로 고흥군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 보육시설(장기 임대 온실)’까지 입주할 수 있게 해준다니, 너무 좋은 조건이라 이상해 전화까지 해보았다. 사실 여부를 확인한 뒤 바로 신청서를 제출했고, 기대감으로 교육 시간을 기다렸다.

신청한 교육은 영농 지식과 기반이 없어도 지원이 가능해 서류 심사와 면접을 통한 높은 경쟁률을 보였으며, 이는 농업에 뜻이 있는 청년들이 모여 단결력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최신 온실 설비와 함께 교육을 듣는 동기들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을 주며 포기하지 않고 농업에 대한 열정을 불태울 수 있게 만들어 주었다. 실력 있는 교수진과 컨설턴트 분들은 이론과 현장을 아우르며 균형 있고 현장감 넘치는 교육으로 장차 창농에 대한 발걸음을 가볍게 만드는데 일조했고, 하루빨리 다음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루하루 교육이 즐거웠다.

필자는 이 교육을 이수한 후 바로 창농에 돌입하지 않고 이를 위해 준비된 발판을 차근차근 밟아 갈 생각이다. 우선 3년 동안 고흥 스마트팜 혁신밸리 장기 임대 온실에 입주해 20개월의 교육 과정을 통해 배운 것을 응용하며 습득한 경험과 노하우를 더욱 다듬고 발전시킬 것이다. 스마트팜은 영농 특성상 시설 투자비가 일반 재배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많게는 수십 억원까지도 자본금을 투입해야 한다. 융자 지원이 있지만, 경험과 기반이 기존 농가에 비해 부족한 청년들이 선뜻 뛰어들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전남 스마트팜 혁신 밸리 내의 장기 임대 온실은 청년들이 투자비를 들여 스마트팜을 조성하기에 앞서 실제 농업 경영을 수행하며 실패를 줄이고 실현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기반시설이다. 개인적으로 창농을 하는 데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경험 부족’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는 것이다. 주거지에 대한 걱정도 없다. 스마트팜 혁신밸리 근처에 ‘청년 농촌보금자리 주택’이 조성돼 마음 편히 창농 준비에 전념할 수 있다. 장기 임대 온실에서 3년을 보낸 후, 생산의 가치와 가치의 소비를 중시하는 나만의 브랜드를 가진 친환경 딸기를 재배하는 스마트팜을 운영할 것이다.

또 생산과 체험 농장을 겸하여 지역의 관광 활성화에 이바지하며 전남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입주하는 신규 청년 농업인들과 귀농인들을 위한 온·오프라인 판로 개척에 힘쓸 예정이다. 앞으로도 ‘전남 스마트팜 청년창업 보육’과 같은 청년 농업인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든든한 프로그램이 계속 개발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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