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년을 도울 수 없을까요
2021년 04월 14일(수) 07:00 가가
재판 내내 소년을 어르고 달래면서 묻고 답변하는 문답식 심리(審理)가 끝나고 잠시 침묵의 시간. 판사의 고개가 좌우로 두어 번 미동하더니 마스크가 부풀려졌다. 한숨이었다. 그리고 보호처분이 내려졌다. 7호 처분이었다. 6개월간 ‘병원, 요양소 또는 법률상의 소년 의료보호시설’에 위탁하는 조치이다. 대전소년원 부속 의원에 치료 위탁을 하는 것이다. 부속 의원이라지만 소년원에 의료시설을 갖춘 곳을 말한다. 특수학교의 고등학교 과정 2학년 유미(가명)는 “안 가겠다”고 했다. 치료에 도움이 안 되니, 다른 곳으로 가서 잘해 보겠다고 했다. 애절하게 판사님을 불렀지만 항고하는 방법 외에는 처분이 번복될 수 없다.
유미는 소년법 위반으로 보호처분을 받았다. 소년법은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 비행이나 범죄에 대해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하기 위한 법률이다. 보호자에게 맡기는 1호 처분부터 장기 소년원 송치(2년 이내) 10호까지 있다. 청소년이라도 중한 범죄의 경우 소년 형사재판으로 형사처벌을 받지만,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가정법원 소년부에서 보호처분을 받는다. 보호처분은 전과로 기록되지 않는다.
유미가 받은 7호 처분은 ‘우울증,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분노조절 장애 등 정신질환이 있거나 약물 오남용을 한 경우 치료와 요양이 필요할 때 내리는 위탁조치’이다. 비행이 가볍고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면 민간병원이나 국립 나주병원 등에 위탁하고, 비행이 반복되고 치료와 함께 감호가 필요하면 대전소년원 부속 의원에 위탁한다.
감호실무관과 함께 유미를 데리고 법정에서 나왔다. 대기실에서 유미의 마음이 안정되기를 기다렸다. 오른쪽 팔뚝은 붕대를 감았고, 왼쪽은 자해의 흔적들로 검붉다. 옆에는 이송 과정의 보호 장비인 포승(捕繩)도 보였다. 간혹 편지를 보내겠다고 했다니 조금 나아진 표정으로 감사하다고 했다. 분노조절 장애가 매우 심해서 대전소년원은 두 번째이고, 국립 나주병원 입퇴원을 수차례 반복했다. 이번에 광주분류심사원의 한 달 위탁 생활 중에도 몇 번 자해를 시도해서 많은 관리자들이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되었다. 부모와 어른들에 대한 분노와 불신, 사회적 피해 의식은 소년 스스로 감정 조절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유미는 태어나자마자 광주의 아동양육시설에 맡겨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모친과 간혹 연락이 되었으나 그 후로는 단절되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졌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 이때부터 ADHD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분량을 늘려도 큰 효과가 없다. 11살 때 환경 변화를 주기 위해 전남 지역의 아동치료 복지시설로 옮겼다. 그러나 비행과 소동은 더 심해지고 있다. 하루하루 힘들게 의지하고 있는 이 시설에서는 3년 후인 스무 살까지 살 수 있다. 특수학교 재택 학급에 학적을 두고 주 2회 순회 교사의 수업을 받고 있다. 상황 파악과 눈치가 빠르고 마음이 평안하면 온순하다. 손재주가 좋아서 바리스타가 꿈인데 대전소년원 6개월 이후가 걱정이다.
손톱이나 흉기로 자해를 반복하고, 몸집이 큰 교사도 제지하다가 인대가 끊어지고, 옥상으로 올라가고, 물어뜯고…. 시설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 상당수가 지치거나 자괴감으로 사표를 냈다. 함께 생활하는 소년들은 무섭다고 다른 시설로 옮겨 달라고 한다. 치료시설이나 병원에서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며 받기를 꺼려 한다. 이렇게까지 개인의 상처를 드러낸 것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으로 이해하여 주었으면 좋겠다.
작년 말 어느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소년이 보호 종료 나이가 되어 퇴소를 앞두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소년의 죽음 앞에서 많은 분들이 슬퍼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의료인, 상담 전문가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도움을 요청해 본다. 예견이 되면 예방하는 것이 좋은 사회 아닌가. 판사님도 오죽했으면 한 번 보냈던 대전으로 또 보냈겠는가. 아픈 이 소년에게 어른들의 지혜와 자비로운 손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유미가 내린 커피향이 우리들에게, 우리 사회에 퍼지기를 바란다. 기적처럼.
유미는 태어나자마자 광주의 아동양육시설에 맡겨졌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까지는 모친과 간혹 연락이 되었으나 그 후로는 단절되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면서 감정 기복이 심해졌고 공격적인 성격으로 변해갔다. 이때부터 ADHD 약을 복용하기 시작하여 지금은 분량을 늘려도 큰 효과가 없다. 11살 때 환경 변화를 주기 위해 전남 지역의 아동치료 복지시설로 옮겼다. 그러나 비행과 소동은 더 심해지고 있다. 하루하루 힘들게 의지하고 있는 이 시설에서는 3년 후인 스무 살까지 살 수 있다. 특수학교 재택 학급에 학적을 두고 주 2회 순회 교사의 수업을 받고 있다. 상황 파악과 눈치가 빠르고 마음이 평안하면 온순하다. 손재주가 좋아서 바리스타가 꿈인데 대전소년원 6개월 이후가 걱정이다.
손톱이나 흉기로 자해를 반복하고, 몸집이 큰 교사도 제지하다가 인대가 끊어지고, 옥상으로 올라가고, 물어뜯고…. 시설에서 근무하는 선생님들 상당수가 지치거나 자괴감으로 사표를 냈다. 함께 생활하는 소년들은 무섭다고 다른 시설로 옮겨 달라고 한다. 치료시설이나 병원에서도 감당이 되지 않는다며 받기를 꺼려 한다. 이렇게까지 개인의 상처를 드러낸 것은 그만큼 심각하다는 것으로 이해하여 주었으면 좋겠다.
작년 말 어느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소년이 보호 종료 나이가 되어 퇴소를 앞두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소년의 죽음 앞에서 많은 분들이 슬퍼했다. 지방자치단체장, 의료인, 상담 전문가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도움을 요청해 본다. 예견이 되면 예방하는 것이 좋은 사회 아닌가. 판사님도 오죽했으면 한 번 보냈던 대전으로 또 보냈겠는가. 아픈 이 소년에게 어른들의 지혜와 자비로운 손길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훗날 유미가 내린 커피향이 우리들에게, 우리 사회에 퍼지기를 바란다. 기적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