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필수 제2사회부장·편집국 부국장] ‘당심’ 눈치 살피다 ‘민심’을 놓쳤다
2021년 04월 14일(수) 06:00

장필수 제2사회부장·편집국 부국장

지난 4·7 재보궐선거 일주일 전 일이다. 오랜만에 대학 선배를 만났다. 화제는 당연히 서울시장 선거였다. 여론기관들이 연일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20%포인트 이상 앞선다는 예측을 쏟아 내고 있을 때다.

선배는 여론조사는 믿을 것이 못 된다며 민주당 후보가 이길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그러면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민주당 한명숙 후보가 여론조사에서는 두 자릿수 차이로 뒤졌지만 결과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당시 한 후보는 한나라당 오세훈 후보에게 0.6% 차이로 석패했다.

선배의 지적은 부동산 투기 등 내로남불 및 오만과 위선으로 인한 민심 이반의 심각한 상황과는 거리가 먼 것이어서 의아해할 수 밖에 없었다. 그는 보수정권은 도덕성이나 정책에 있어 더 많이 실패했는데 왜 사람들은 진보정권만 탓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원순 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왜곡됐다면서 박 시장 시절 서울시청 출입기자가 쓴 책을 권하기도 했다.

이처럼 민심과 동떨어진 판단의 근거는 무엇일까 궁금해 뉴스를 어떤 경로로 접하는지 물었다. 주로 팟캐스트와 유튜브로 뉴스를 본다는 그의 말을 듣고서야 짐작할 수 있었다. 그가 어떻게 해서 편협된 시각을 갖게 됐는지. 게다가 팟캐스트와 유뷰브에서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채널만 보기 때문에 민심과 동떨어진 판단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알고 보니 그는 민주당 권리당원이었다. ‘문빠’로 불리는 민주당 극렬 지지층 가운데 한 명이었던 것이다.



쇄신 없으면 1년 뒤 대선도 위험

4·7 재보선은 예상대로 집권 여당의 완패로 끝났다. 선거 결과를 놓고 민주당 내에서 쇄신 논쟁이 불붙고 있다. 초선을 중심으로 한 몇몇 의원들은 참패 원인을 ‘민생 외면과 무능’에서 찾고 있는 반면 극렬 지지층은 ‘검찰과 언론에 대한 미진한 개혁’을 주요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극렬 지지층의 원인 분석을 보면서 그 선배 역시 아직까지도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론조사에서는 35%와 55% 룰이 있다고 한다. 정당이나 후보의 지지율이 35%를 밑돌면 패배하고 55%를 넘으면 이긴다는 이론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3월 첫째 주 들어서면서 콘크리트 지지선이라는 40%가 깨졌고 3월 셋째 주 들어 35% 아래로 내려갔다. 반면 부정평가는 3월 첫째 주에 이미 55.7%를 넘어섰고 재보선 기간에는 62%대로 치솟았다. 인물과 정책이 사라진 이번 선거 결과는 예견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일부 강성 ‘친문’(친 문재인)들이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채 쇄신에 나서겠다는 민주당 초선 의원들에게 딴지를 거는 것을 보니 안타깝다. 이들은 당내 쇄신과 반성을 촉구하는 초선 의원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과 문자 폭탄을 쏟아 내고 있다. 특히 “관행과 오만에 눈감지 않고 혁신의 주체가 되겠다”고 밝힌 초선 의원 다섯 명을 가리켜 ‘초선 5적’이라고 부르면서 “제정신이 아니다”라는 등 원색적으로 비난하기까지 했다.



재보선 참패 원인 놓고 티격태격

당의 주인이 당원이라고 하지만 강성 친문 당원들이 보여 주는 작금의 행태는 쇄신을 통해 거듭나려는 민주당에겐 걸림돌일 수밖에 없다. 지금 민주당이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당심(黨心: 당원들의 마음)과 민심(民心: 국민의 마음)의 괴리가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해법 역시 어떻게 당심과 민심 간 괴리를 좁힐 것인가에 모아져야 한다.

당심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민주당의 현실을 감안하면 아무래도 민심 쪽으로 당심을 끌어와야 할 것 같다. 민심에 귀 기울이기보다 당심의 눈치를 보다 참패한 이번 선거를 통해 뼈저리게 반성해야만 내일을 기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재보선 전까지 선거에서 4연승을 하면서 오만해졌고 민심과도 멀어졌다. 쓴소리를 하는 의원을 탈당하게 만들고 ‘상왕’이라는 전 대표는 ‘20년 집권론’을 주창해 중도층의 마음을 잃었다.

내년 대선까지 남은 기간은 11개월이다. 짧은 기간이지만 쇄신을 통해 민심을 얻는 데는 그다지 짧다고만 할 수도 없는 시간이다. 오로지 민심을 보고 당의 체질을 바꿔 나간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남은 11개월을 자신들의 시간으로 만드는 것은 오롯이 민주당의 의지에 달려 있다. /bungy@kwangju.co.kr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