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주 광주시문인협회 상임기획이사] ‘무등산 문학공원’ 광주의 랜드마크로
2021년 04월 12일(월) 00:00
무인 드론 택시를 시범 운행했다는 뉴스를 접하고 보니 격세지감이 든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 하였다. 당장 실현 불가능한 것들도 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공유하면서 하나씩 이뤄 내며 첨단 우주과학시대를 열어가는 것을 보면 그 말이 더욱 실감 난다. 무한한 능력을 지닌 게 인간이고 보면 불가능이란 나약한 사람들에게나 어울린다는 말에도 공감이 간다.

최근 광주시가 ‘광주 문화 비전’을 제안했다. 그동안 뜻 있는 사람들 사이에 ‘광주에는 문화예술이 없다’라는 말이 회자되었다. 늦게나마 제시된 새로운 비전을 적극 환영하고 알차게 실현되길 기원한다. 사실 광주는 호남의 중심지이다. 광주를 둘러싼 외부 지역의 생활문화가 유입되고 융합되어 새로운 정신문화를 꽃피워 낸 곳이다. 그래서인지 인근 지역인 담양·화순·장성·나주에 비해 광주는 역사 문화적 하드웨어가 빈약한 편이다.

물론 광주학생독립운동과 5·18 민주화운동 등은 퇴락해 가는 한 시대를 바로잡아 나간 정신문화의 중심이지만, 광주시민들이 고결한 정신을 가질 수 있게 한 원천의 유형적인 이미지는 사실상 없다. 생각해 보면 호남인들 정서의 밑바탕에는 왕성한 문학적인 소양과 기질이 정의로움으로 표출됨을 알 수 있다. 지리적·문화적·역사적으로 수려한 산수와 온화한 기후로 농경문화가 발달한 덕분에 우도농악과 판소리, 그리고 고려시대 해동제일 문장가인 김황원을 비롯한 조선시대 10대 한시 작가 모두를 배출하였다. 또한 무등산권은 가사문학이 태동하고 꽃을 피웠던 산실이기도 하다.

이러한 연유에서 2002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 선거 후보는 광주를 문화수도로 만들겠다고 공약했고, 당선 이후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건립을 적극 추진했다. 한데 문화전당이 문을 연지 6년이 되어 가지만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공유하는 시설이나 어떤 새로운 문화를 창출해 낼 수 있는 충분한 여건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특별한 예술인 단체만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누구나 이용하기에는 교통부터 공간 이용, 동선을 연계하는 제약 요인이 너무 많다는 점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광주시가 이번에 1㎞ 이내 전시장·공연장·서점·극장·문화센터 등 문화시설을 집중시켜 도보로 18분 이내 이용할 수 있는 ‘18분 문화도시’를 구현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한 것은 빈약한 문화예술 하드웨어를 충족시키고, 광주가 아시아 문화 중심도시로 확실히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길을 끄는 사업은 ‘아시아 문학공원 조성 사업’이다. 이 사업은 무등산 자락에 유명 시인들의 시비를 건립하고 문학적 상상력을 높이기 위한 산책로·쉼터·창작 공간을 개설한다는 프로젝트이다. 무등산은 자유·인권·평등을 상징하는 광주의 랜드마크이다. 이처럼 넓은 터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공간을 마련한다면 프랑스의 루브르 박물관이 부럽지 않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사업이 형식에 흐르거나 하나의 구상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대한민국 문학의 메카인 광주·전남이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문화수도로서 그 위상을 갖춰 나갈 수 있도록 철저한 세부 계획을 세우고 외부의 영향에 흔들리지 않을 추진 주체부터 만들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사업 과정에서 관 주도의 일방적인 추진이 아닌, 시민들이 적극 호응하고 참여하는 민관 협력사업이 될 수 있도록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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