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선 광주교대 교수·전 총장] ‘인공지능 중심도시 광주’가 성공하려면
2021년 04월 08일(목) 08:00
광주시는 지난해부터 ‘디지털 뉴딜’과 연계된 인공지능(AI) 중심 도시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중심 도시 광주’가 성공하기 위한 세 가지 과제로 데이터·슈퍼컴퓨터·인재 확보를 들고 있다. 그 중 데이터와 슈퍼컴퓨터는 비교적 단시간에 예산과 제도를 통해 해결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인재 확보는 오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기 때문에 결코 간단히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인공지능 관련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기초 소양 수준의 ‘컴퓨팅 사고력’을 함양하고 학년이 올라 갈수록 컴퓨터 관련 공부를 더 깊고 더 넓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전공하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광주의 인공지능 인재육성 시스템은 부족한 점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초중고교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인공지능 관련 수업시수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정보교육 수업 시수는 초등학교 17시간, 중고교 34시간이 전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는 학생이 많지 않고 관련 전문 인력 또한 부족해지면서 인공지능 기업에서는 인재를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는다고 한다.

결국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학교 교육의 전환을 통해 인재를 키우고 관리하는 다각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첫째, ‘광주형 AI 교육과정’의 수립이다. 향후 추진될 2022년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코딩 수업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주 1회 이상 실시하는 것으로 계획하고 있지만 타 교과와 형평성 문제 등으로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2022년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교육자치에 대한 요구가 더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광주가 필요로 하는 인재 육성을 위해 여러 교육 주체들과 협의해 ‘광주형 AI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정보교육을 활성화해 ‘인공지능 중심 도시 광주’의 위상에 걸맞은 인재 육성의 초석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둘째, 우수한 정보화 인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관리해야 한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첨단 컴퓨터 과학 기술과 다양한 분야의 전문 지식이 융합되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교육정보원과 영재교육원을 이용해 우수한 학생들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소양 및 전문 교육을 실시하며 관련 대회를 통해 학생들의 실력을 높여야 한다. 2025년부터 전면 시행되는 고교학점제를 이용해 컴퓨터에 관심 있는 학생들이 관련 학점을 이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을 다양화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고등학교에서 관련 학점을 이수한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대학의 관련 학과에 진학해 전문적인 공부를 하면서 지역의 인재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미래사회 변화와 지역사회 산업생태계 변화를 인식할 수 있는 학생·학부모 진로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IT회사 신입 연봉이 1억 원을 넘는 등 컴퓨터 관련 전공자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미래 사회는 4차 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화 사회가 될 것이며, 인공지능을 비롯해 다양한 컴퓨터 관련 인재들이 사회를 주도할 것이다. 인공지능 중심 도시 사업을 통해 구축될 각종 AI 관련 사업체를 비롯해 광주글로벌모터스 등은 광주의 산업 생태계를 변화시킬 것이다. 특히 우리 지역 대학에 확대될 컴퓨터 관련 학과와 2022년 개교 예정인 한국에너지공대 등이 지역 학생들의 진로를 폭넓게 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와 가능성을 학생·학부모에게 교육해 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인식의 전환을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

미래학자 토마스 프레이리(Freire, T)는 유망한 산업 분야 중 하나로 인공지능(AI)을 꼽았다. 그러면서 미래의 일자리는 미래 산업에서 창출된다고 했다. 새로운 시대의 촉망받는 일자리가 우리 지역에서 많이 생겨나야 한다. 우리 지역 학생들이 좋은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당연한 책무다. ‘AI도 사람이 먼저다.’ 우수한 인력이 없으면 ‘인공지능 중심 도시 광주’는 한낮 구호에 그칠 수 있다. AI교육을 위한 교육청과 시청의 거버넌스를 통해 4차 산업혁명 시대 광주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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