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철순 미디어SR 주필·전 한국일보 주필] 기자들에게 한문을 가르쳐라
2021년 04월 06일(화) 09:00 가가
4월 7일은 신문의 날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지 독립신문 창간 61주년을 맞아 1957년에 제정한 기념일이다. 한국신문협회,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는 오늘 오후 3시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제65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를 연다.
올해 신문의 날 표어 대상 당선작은 ‘신문이 말하는 진실은 검색창보다 깊습니다’이다. 표어라기보다 성명서나 선언서 제목 같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신문상을 담아내려 애쓴 것은 분명하다. 최근 3년간의 대상 당선작은 ‘신문, 진실을 발견하는 습관’(2020), ‘신문 보며 배우네. 나무도 숲도 읽어 내는 안목’(2019), ‘가장 좋은 적금, 신문 읽는 지금’(2018)이었다.
매년 공모하는 신문의 날 표어에는 시대상과 시대정신이 담긴다. 국가 발전이 강조되던 1970년의 표어는 ‘나라와 겨레와 함께 뻗는 신문’이었고, 세계화를 지향하던 1995년의 표어는 ‘세계를 읽는 신문 미래를 보는 국민’이었다. 깊이 추구를 강조한 점에서 올해 당선작은 2014년의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와 비슷하다. 이 표어가 어느 당선작보다 더 좋고 적절하다.
정보의 양이나 신속성에서 신문은 이미 다른 온라인이나 디지털 매체에 추월당한 지 오래다. 정통한 보도와 분석, 뉴스의 상호 연관성과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깊이’로 승부할 수밖에 없다. 인터넷과 SNS가 알려 주는 게 소식이라면 신문이 전해 주는 것은 지식이어야 한다.
신문은 어떻게 해야 깊어질까. 신문을 만드는 사람들, 더 좁혀 말해 신문에 글을 쓰는 사람들, 기자들이 깊어져야 한다. 기자가 깊어지려면 먼저 자기가 쓰고 있는 글과 말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한다. 사물과 언어의 정확한 개념이나 의미를 모르면 제대로, 깊게 글을 쓸 수 없다.
그런데 무슨 뜻인지 모르고 쓴 기사가 많고, 잘못된 기사는 신속하게 복사돼 전승되거나 전파되고 있다. 예를 들어 ‘LPGA 21승 박인비, 여자 골프 세계 랭킹 2위 등극’과 같은 제목을 붙인 기자는 ‘등극’(登極)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거나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나 지위에 오른다는 뜻임을 모르는 것 같다. 박인비가 랭킹 1위가 됐다 해도 조심해야 할 표현이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기부 요정’에 등극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유명세’(有名稅)는 유명해져서 겪는 불편과 피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유명세는 원래 ‘치르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기자들이 ‘유명세를 타고’라고 쓴다. ‘유명세’(有名勢)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토’(焦土)가 불에 타서 검게 된 땅이라는 걸 아는 기자라면 홍수 장마로 망가진 지역을 초토화됐다고 보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과 불은 정반대 아닌가.
‘안위’(安危)는 안전과 위험(또는 위기)이라는 말이다.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안위를 늘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안위를 위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마음을 위로하고 몸을 편히 한다는 ‘안위’(安慰)로 잘못 안 탓이다. 대통령들이 그렇게 연설하면 기자들은 그대로 받아썼다. 또 ‘금도’(襟度, 남을 용납할 만한 도량)를 ‘넘어서면 안 되는 기준’, 즉 ‘금도’(禁度)인 줄 알고 정치인들의 잘못된 말을 답습하곤 한다. ‘지급’과 ‘지불’의 차이도 모른다. ‘충돌’과 ‘추돌’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왜 ‘추’(追) 자가 들어가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게 다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어문 교육 특히 한문 교육을 해야 한다. 기자 양성이나 수습기자 교육, 재교육(이런 기회는 사실 드물지만) 과정을 보면 기사 작성 요령, 언론 법제와 윤리, 언론의 사명에 관해서는 많이 가르치지만 어문 교육은 전무하다. 왜 토익이나 토플 성적은 그렇게 중시하면서 한자가 태반인 우리 어문은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성적을 따져 보지도 않는가.
기자는 모든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며, 어떤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기자의 앎이 신문의 앎이며, 기자의 깊이가 신문의 깊이이다. 기자들 스스로도 학습을 해야 하지만 체계적 제도적 어문 교육 특히 한자 교육은 신문이 깊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
매년 공모하는 신문의 날 표어에는 시대상과 시대정신이 담긴다. 국가 발전이 강조되던 1970년의 표어는 ‘나라와 겨레와 함께 뻗는 신문’이었고, 세계화를 지향하던 1995년의 표어는 ‘세계를 읽는 신문 미래를 보는 국민’이었다. 깊이 추구를 강조한 점에서 올해 당선작은 2014년의 ‘시대가 빨라질 때 신문은 깊어집니다’와 비슷하다. 이 표어가 어느 당선작보다 더 좋고 적절하다.
그런데 무슨 뜻인지 모르고 쓴 기사가 많고, 잘못된 기사는 신속하게 복사돼 전승되거나 전파되고 있다. 예를 들어 ‘LPGA 21승 박인비, 여자 골프 세계 랭킹 2위 등극’과 같은 제목을 붙인 기자는 ‘등극’(登極)이 임금의 자리에 오르거나 어떤 분야에서 가장 높은 자리나 지위에 오른다는 뜻임을 모르는 것 같다. 박인비가 랭킹 1위가 됐다 해도 조심해야 할 표현이다. 심지어 방탄소년단의 지민이 ‘기부 요정’에 등극했다는 기사도 있었다.
이런 사례는 수없이 많다. ‘유명세’(有名稅)는 유명해져서 겪는 불편과 피해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유명세는 원래 ‘치르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기자들이 ‘유명세를 타고’라고 쓴다. ‘유명세’(有名勢)로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다. ‘초토’(焦土)가 불에 타서 검게 된 땅이라는 걸 아는 기자라면 홍수 장마로 망가진 지역을 초토화됐다고 보도하지는 않을 것이다. 물과 불은 정반대 아닌가.
‘안위’(安危)는 안전과 위험(또는 위기)이라는 말이다. 대통령이라면 국민의 안위를 늘 걱정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의 안위를 위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마음을 위로하고 몸을 편히 한다는 ‘안위’(安慰)로 잘못 안 탓이다. 대통령들이 그렇게 연설하면 기자들은 그대로 받아썼다. 또 ‘금도’(襟度, 남을 용납할 만한 도량)를 ‘넘어서면 안 되는 기준’, 즉 ‘금도’(禁度)인 줄 알고 정치인들의 잘못된 말을 답습하곤 한다. ‘지급’과 ‘지불’의 차이도 모른다. ‘충돌’과 ‘추돌’이 다르다는 건 알지만 왜 ‘추’(追) 자가 들어가는지는 설명하지 못한다. 이게 다 단어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기 때문이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어문 교육 특히 한문 교육을 해야 한다. 기자 양성이나 수습기자 교육, 재교육(이런 기회는 사실 드물지만) 과정을 보면 기사 작성 요령, 언론 법제와 윤리, 언론의 사명에 관해서는 많이 가르치지만 어문 교육은 전무하다. 왜 토익이나 토플 성적은 그렇게 중시하면서 한자가 태반인 우리 어문은 제대로 가르치지도 않고 성적을 따져 보지도 않는가.
기자는 모든 것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며, 어떤 것에 대해서는 모든 것을 알아야 한다. 기자의 앎이 신문의 앎이며, 기자의 깊이가 신문의 깊이이다. 기자들 스스로도 학습을 해야 하지만 체계적 제도적 어문 교육 특히 한자 교육은 신문이 깊어지기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