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 안전사고 예방, 묘약(妙藥)은 있다
2021년 03월 25일(목) 02:00

백광섭 국토안전관리원 호남지사 건설안전점검실장·기술사

‘백약이 무효’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온갖 약을 다 써 봐도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한 대책들도 그럴까?

2019년 산업재해 통계 자료에 따르면 업무상 재해 사망자는 총 855명이다. 이 가운데 건설업 사망자가 428명으로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건설업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50억 미만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다는 통계 자료가 특히 눈길을 끈다.

통계청의 2010년 이후 산업재해 중 건설업 사망자수와 재해율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건설 현장의 재해율은 완만한 증가 추세로 분석된다. 이는 최근 10년 간 건설업 사망 재해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다양한 정책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가 좀체 줄어들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첫째로 건설업은 실외 노출 작업과 고소 작업이 많은 반면에 안전시설은 대부분 임시 시설이다. 이러한 가(假)시설로는 작업자의 생명과 안전을 완벽히 지켜줄 수 없다. 건설 현장의 열악한 작업 여건에 비해 추락 대비 가시설은 여전히 허술하다.

둘째, 건설업은 무거운 건설 자재 운반과 조립 과정에서 다수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는 구조다. 예컨대 무거운 건설 자재의 이동 중 낙하 사고나 건설장비의 전도, 조립 중 작은 오류나 실수로도 작업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셋째, 작업자의 안전 인식 부족과 ‘관행’에 따른 작업 방식이 잠재적 사망 재해로 이어진다. 특히 소규모 건설 현장에서는 설계도면을 숙지하지 않고 작업 순서도 잘 지키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제까지 해 온 ‘경험적 작업 방식’이 사망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지난해 12월 10일 국토안전관리원이 새롭게 출범하였다. 건설 현장의 사망 재해를 줄이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올 1월 18일 전국 권역별로 5개 지사도 설립했다. 그중 호남지사는 올해 ‘재해 없는 행복 일터 조성’과 ‘건설 안전사고 제로화’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전라남·북도와 제주도 권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중점 사업들을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사망자가 집중되는 공사비 50억 미만의 민간 소규모 건설공사에 대한 안전점검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안전사고 위험이 높은 지하 굴착 공사, 흙막이 벽체 변형, 가설비계, 동바리 설치 상태 등을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또한 안전 점검과 더불어 건설 사업자를 대상으로 사고 위험이 높은 공종별 안전 조치 요령, 관행적 작업 방식 개선 등을 위한 안전 컨설팅도 병행한다.

점검 대상 현장을 중심으로 안전사고 예방 현수막 부착 활동과 건설단체와 안전협의체 구성도 추진할 계획이다. 소규모 건설 현장은 안전 의식이 낮고 안전에 대한 투자도 꺼리는 경향이 있다. 안전 관리에 대한 투자 없이 사고를 줄일 수는 없다.

또 지역사회와 상생 협력을 위해 취약 지역에 대해 선제적으로 안전 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지난 3년 간 여름과 가을철에 세 차례의 태풍이 호남을 관통하며 큰 피해를 입혔다. 해안 도서 지역 등이 취약 지역으로 판단된다. 도서 지역은 고령자의 거주 비율이 높고 집중호우와 강풍에 대한 대비도 취약하다. 따라서 도서 지역의 고령자와 사회적 약자 이용 시설에 대한 안전 점검이 우선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건설 현장의 사망 사고 감축을 위한 정부의 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의 사망 재해는 여전히 높다. 그만큼 건설 현장의 안전사고 감축을 위한 특별한 묘책이 따로 없음을 의미한다. 건설 현장 사망 재해 줄이기와 관련해 ‘백약이 무효’라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도록 다 함께 노력할 일이다.

내년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된다고 한다. 중소 건설 사업자가 범법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 국토안전관리원의 소규모 건설 현장 안전점검과 안전 컨설팅 활동 등이 ‘안전사고 예방 백신’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올해는 모든 국민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팬데믹(Pandemic)에서 벗어나 행복한 일상으로 돌아가길 염원해 본다. 희망의 봄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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