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지역 현안 해결 힘 모으자
2021년 03월 14일(일) 23:00

전동호 전남도 건설교통국장

‘위기의 무안공항, 쪼그라든 광양항…철도망은 느림보’ 3월 둘째 주 아침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경제성만 따진 정부, 수도권 동남권 집중, 광주·전남북 집안 경쟁, 한 목소리 못 내고 허송세월’을 부제로 덧붙였다. 다른 지면엔 ‘반복되는 호남 패싱…정치 논리로 국책사업 배제’라고도 실었다. 왜 이런 여론이 형성됐을까?

무안국제공항은 2007년 11월 개항했다. 3056억 원이 투입됐다. 인천과 서울, 김해, 제주를 잇는 서남권 관문 공항을 계획한 지 20여 년 만의 일이었다. 그런데 아직도 광주공항은 따로, 제주와 서울 하늘만 날며 연간 200만 명이 이용 중이다. 통합이 줄 미래 가치보다는 현재 이용성을 선택한 것이다. 다른 지역은 어떤가? 울릉공항은 착공했고, 새만금공항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가덕도신공항은 기존 행정절차를 생략하는 특별법까지 만들며 2030년 동남권 관문을 선언했다. 이렇게 하늘 길 확장을 위해 분초를 다투고 있는데, 우리는 있는 것도 활용을 못하고 있는 현실이다.

광주공항 이전은 2007년 초 광산구에서 ‘광주공항 폐쇄’를 주장하며 시작됐다. 다른 구에서는 반대하고 나섰다. 나는 매일 시끄럽다고 하는데, 남들은 가끔 이용하기에 편리하니 그대로 있으라는 소리였다. 정치권 및 시민단체까지 합세하며 ‘존치’로 일단락됐다. 횡포였다. 국제선은 2008년에 무안으로 통합했다. 당시 정부의 방침이다. 그때 국내선도 같이 했더라면, 아쉬움도 있다. 아직 늦지는 않았다. 군 공항 이전을 원하는데, 광주 안에는 답이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너무 말이 얽히지 않게, 감정이 상하지 않게, 상식이 통하게, 내 것을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무안국제공항은 지금 코로나19 방역 관리를 위해 국제선이 인천으로 옮겨가며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3년 후를 그리고 있다. 활주로는 2800m에서 3200m, 터미널과 주차장 등 각종 편익 시설 확장과 호남고속철도까지 들어온다. 국내 최초로 고속철길과 국제공항이 만나며 신속 정확한 대량 수송 체계가 구축된다. 전천후 24시간 개방 공항으로, 수도권과 영남권을 아우르며 미주와 유럽까지 날 수 있게 된다. 불균형을 해소하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국민에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행복한 일이다.

그런데 우리 지역 일은 너무 늦다. 활주로 확장은 개항 초부터 요구했고, 무안국제공항 경유는 당초 금성산 관통 계획 변경을 건의한지 10여 년 만이다. 이렇게 되서는 안 된다. 광주 송정~순천 경전선 전철 착공, 목포~보성 남해안선과 호남선 연결로 설치, 임성역을 ‘기차가 서지 않은 간이역에서’ 정차역으로, 목포역을 테마가 담긴 쇼핑과 휴게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 광주공항 국내선은 ‘지자체간 협의 여부 등에 따라 통합 시기를 검토’한다는 정부 정책(2016년 제5차 공항개발 종합계획)대로 이행되어야 한다. 2018년 8월 광주시·전남도·무안군이 공동 서명한 ‘광주 민간공항을 2021년까지 무안국제공항으로 통합한다’는 협약은 여전히 ‘지자체간 협의’로 유효하다. 현재 수립 중인 6차 계획(2021~2025)에 담겨지게 된다.

흑산공항도 보자. 국립공원 보전에 막혀 있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으로 올해 안에 착공해야 하는데, 참 답답하다. 목포항에서 쾌속선 2시간, 100여㎞ 떨어진 섬사람들의 생명줄을 개선하고 해양국토를 보존한다는 목표였다. ‘자연공원법’에 소규모 공항 설치 근거까지 반영했다. 2013년 예비타당성조사에선 경제성(B/C)이 4.38로, 울릉공항 1.19보다 훨씬 높게 나왔다. 1200m 활주로 개설에 1833억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2018년에 시공 회사까지 선정했다. 그런데 환경부 국립공원심의위원회가 발목을 잡더니, 이번엔 대체 부지 지정에 갯벌을 담당하는 해양수산부가 반대다. ‘이봐, 웬만하면 해줘’ 언젠가 국회의원 회관에서 환경담당 국장에게 당부하던 노정객의 말씀이 오버랩 된다.

그래서 믿을 곳은 정치권뿐이다. 우리가 뽑은 대표이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 현안에 대한 특별법 처리와 국가 계획 반영에도 절대적이다. 허송세월을 해소하는 일이니 크게 눈치 볼 필요가 없다. 그래야만 잘못을 반성하고 치유하면서 내일을 준비할 수 있게 된다. 우답불파(牛畓不波), 소가 밟아도 깨지지 않을 만큼 생각했던 일이다. 그런데 ‘링겔만 효과’라는 것도 있다. 수가 늘어나면 각자가 쏟아내는 힘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너무 미루고 양보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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