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식 광주시 도시계획과장] 전방·일신방직 부지 사전 협상, 공공성이 최우선
2021년 03월 11일(목) 23:30
일반적으로 도시계획 변경을 위한 ‘사전 협상 제도’는 공적인 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운용된다. 즉 민간이 수립한 개발 계획(안)을 건축 허가 등 법적 개발 절차에 들어가기 전에 미리 공공과 민간이 도시계획, 건축계획 및 공공기여계획을 종합적으로 협의·조정한다. 이를 바탕으로 공공성 있는 계획을 마련하고, 효율적인 사업 추진을 도모하는 제도다.

현행 사전 협상 제도는 도시관리계획 변경에 따른 우발적 계획 이득을 사회적으로 공유한다는 측면에서 과거 도시계획 운영과 차별성을 갖는다. 또한 민간의 공공성 높은 도시개발을 유도하고 지역 발전을 촉진함과 동시에 특혜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다.

광주시에서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 제도를 효율적으로 적용한 대표적 사례는 ‘호남대학교 쌍촌캠퍼스 부지’이다. 도시계획시설로 결정된 학교시설 해제를 조건으로 시가 필요한 공공시설을 확충하였고,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이라는 개발 전제조건을 충족하면서 협상을 마무리한 바 있다. 당시 협상에서 용적률 및 층수를 법정 한도보다 대폭 제한하고, 디자인 향상을 위한 현상공모 방식을 적용하여 인근 지역까지 쾌적한 주거환경을 확보하였다. 토지주의 우발적 계획 이득을 환수하는 과정에서 공공기여 합의를 통해 장기 미집행시설인 운천근린공원과 화정근린공원을 조성하는 재원도 전액 확보 할 수 있었다.

지난해 4월 전방·일신방직 측에서는 임동 공장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안)을 마련하여 사전 협상 대상지 검토를 신청한 바 있다. 임동 공장 부지 이전 논의는 1993년부터 시작되었다. 이후 평동산단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도시기본계획을 상업용지로 변경하였고, 회사 측에서도 평동산단에 이전 부지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경기 침체 등 여건 악화로 임동 공장부지의 최종 이전은 실행되지 못했다. 최근 임동 공장부지 인근 주민 4000여 명이 공장 이전을 요구하면서 이전에 대한 재논의가 시작되었다.

이에 광주시는 우선 공익적 가치를 담은 개발 전제 조건을 마련한 후 협상에 착수 할 계획이다. 그 중심축은 역사문화자산 보존과 도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이다. 이를 위한 전제 조건 마련은 행정부시장을 단장으로 분야별 전문가·언론·시민단체 관계자 28명이 참여하는 ‘전문가 합동 태스크포스(TF)’에서 도출할 계획이다. 그간 네 차례 회의를 진행하면서 1930년대 근대 건축물인 화력발전소·보일러실·고가 수조를 보전키로 하였다. 나머지 건축물 등에 대해서도 역사적 가치 판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됨에 따라 판단의 기초 자료로 삼기 위해 지난해 11월부터 공장 건축물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광주시는 보전 가치에 근거하여 보전 지역, 정비 지역, 개발허용 지역을 분류할 계획이다. 그 허용 용도에서도 상위 계획 실현이 가능하고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략 시설을 확보하되, 공동주택 위주 개발은 배제할 방침이다.

앞으로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해야 할 쟁점이 많이 있을 것으로 본다. 도시 경쟁력 확보, 근대 건축물 보전, 주변 경관과 조화되는 적정 개발 밀도와 우수 디자인 확보, 광천동에서 신안동을 잇는 간선 도로망 확충, 아시아문화전당과 광주역과의 연계, 보행 녹지 확보 방안 등이다.

전방·일신방직 공장 부지에는 광주 근대 산업화의 역사를 안고 있는 문화자산이 남아 있어 보존가치가 큰 지역으로 평가된다. 또 입지 여건상 광주시 미래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부지이다. 아파트 위주 난개발을 차단하고 공익성을 높여 특혜 시비를 차단하고 시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도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설을 유치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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