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가요 정읍사 ‘망부석’ 위치 찾았다
2021년 03월 07일(일) 22:15
이도형 정읍시의원·향토사학자
400년전 조선시대 고지도서 확인
2개 지도 모두 ‘고부 두승산’ 표기

이도형(왼쪽) 정읍시의원과 지역 향토사학자 곽형주씨가 백제가요 정읍사 여인 ‘망부석’의 위치가 확인된 고지도를 들어보이고 있다.

“달하 노피곰 도다샤 어긔야 머리곰 비치오시라~”

행상을 떠난 남편을 기다리고 걱정하다 돌이 되었다는 백제가요 ‘정읍사’ 여인을 일컫는 ‘망부석’의 위치가 구체화되고 있다.

이도형 정읍시의원은 400년 전 2종의 조선시대 고지도에서 정읍사 여인 망부석의 위치를 모두 발견했다고 7일 밝혔다.

이 의원이 발견했다고 제시한 지도는 보물 제1596호 ‘동여비고(東輿備攷)’와 ‘지나조선고지도(支那朝鮮古地圖)’다. 이 두 지도의 제작 추정연도는 각각 1682년과 1623년이다.

동여비고는 함경도에서 제주도까지의 전국 도별도 및 군현도 등 32종의 지도를 수록한 지도책으로 지난 2008년 국가 보물로 지정됐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지나조선고지도는 1책 248장으로 구성됐으며 중국과 조선의 역사적 사실을 지도로 제작한 역사지도책이다.

이 의원은 두 가지 자료와 함께 ‘동여고실(東輿考實)’의 망부석 위치를 제시했지만, 동여고실의 경우 동여비고의 필사본으로 추정된다. 이 의원도 같은 견해다.

조선시대의 두 지도에는 망부석의 위치가 모두 ‘고부 두승산’인 것으로 표기돼 있다.

그동안 정읍에서는 망부석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물적 고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전문학자와 향토학자 등 의견까지 갈려 정확한 위치를 특정할 수 없었다.

다만 ‘고려사 악지(高麗史 樂志)’와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등에 망부석의 위치를 ‘현북십리(縣北十里)’라 표기하고 있어 당시의 정읍현을 중심으로 북서에서 북동 방향 대략 4㎞ 지점 어딘가로 추정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북면 승부리 일원, 신태인~북면 고개, 농소동 비네골, 망제동 일원 등이 유력하게 거론됐고, 이외에도 교암초등학교 동쪽과 현 정읍사공원 등이 망부석 위치라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 의원은 고지도 검색을 통해 지역별 군현지도에는 좀 더 자세한 내용이 있을 것으로 보고 지난 2월부터 1개월 동안 조사활동을 벌였다.

하지만 지도 상의 망부석 위치가 확인되지 않아 안타까워하던 차에 향토사학자로 활발히 활동 중인 곽형주 씨의 도움으로 ‘동비여고’와 ‘지나조선고지도’를 접하면서 고지도 상의 망부석 위치를 대략이나마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이 의원은 “역사와 그 역사의 흔적은 강자에 의해 쓰여지고 남겨져 내려오는 특성 때문에 초가집은 남지 않고 고대 왕실과 같은 기와집 위주로 남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민초들의 이야기로 만들어진 노래(정읍사)가 고려왕실을 거쳐 조선왕실에까지 수제천(백제가요 정읍사를 노래 한 궁중아악)을 통해 이어져 왔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고 정읍사의 가치를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 상징인 망부석을 찾고 기리며 보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정읍=박기섭 기자·전북취재본부장 parkks@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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