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라는 이름 제대로 불릴 수 있도록
2021년 03월 02일(화) 23:45

박 미 경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중국에는 파오차이라는 음식이 있다. 우리로 치면 장아찌와 비슷하게 채소를 절인 것이다. 그런데 이 음식이 국제 표준 인증을 받은 이후 중국에서 김치의 원조는 중국이라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언론까지 나서서 김치는 중국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치와 파오차이가 얼마나 다른 음식인지 살펴보자. 우리 김치에는 있고 파오차이에 없는 것이 세 가지 있다.

먼저 김치에는 양념이 있다. 한 번 절인 배추를 양념으로 버무리는 과정을 통해 새로운 맛을 만들어낸다. 비빔밥을 즐기는 우리의 식문화가 들어있는 것이다.

두 번째 차이는 국물이다. 김치는 국물까지 다 먹는 반면 파오차이는 국물을 먹지 않는다. 국물 맛을 즐기는 우리 동치미나 나박김치 역시 중국에는 없는 음식이다.

세 번째는 김치는 발효를 하면서 계속 맛이 변한다는 것이다. 하루하루 익어가는 맛을 즐기고, 때로는 묵은지를 맛보려고 오래 기다리기도 한다. 반면 파오차이는 한 번 발효시킨 뒤 맛이 변하지 않는 것을 최고로 여긴다. 결국 이 둘은 전혀 다른 음식이다.

우리 역사에는 이런 기록이 남아 있다. 1800년대 우리 양반들의 문집 ‘언문후생록’에는 “통배추 양념은 조개, 낙지, 소라, 생굴, 전복, 파, 마늘, 그리고 실고추까지 잘게 썰어 배춧잎 속에 곁곁이 넣고 갓을 양념으로 넣어 담으라.” 지금의 김치 담그는 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또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중국 사신들이 오면 반드시 접대 음식으로 올렸고, 사신들이 본국으로 돌아갈 때 선물로 달라고 해서 세 항아리를 보냈다는 기록이다. 중국의 음식이라면 선물로 요구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중국은 왜 이렇게 김치에 매달리는 걸까? 김치의 세계화는 이미 상당 부분 진행됐다. 세계인들은 있는 그대로의 김치는 물론, 김치를 주스나 과자로 먹고, 육수나 파우더 형태의 양념으로도 소비한다.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중국 내수시장을 노리고 진출한 우리 업체들의 매출만 봐도 매년 10% 넘게 급성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런 억지는 커져 가는 김치 산업에 대한 욕심과 동북아의 역사와 문화가 모두 중국에서 나왔다는 중화사상이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김치가 중국에서 ‘한궈(한국) 파오차이’라는 이름 대신 고유명사인 ‘김치’라고 제대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리 김치를 지키는 시작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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