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이어 2년 연속 쾌거…오스카도 거머쥘까 관심
2021년 03월 01일(월) 17:40
‘미나리’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 감독 작품
미국에 꿈 심은 한인 가정 이야기
윤여정, 각종 영화제 여우조연상

골든글로브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수상 ‘미나리’

미국 양대 영화 시상식인 골든글로브에서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은 영화 ‘미나리’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다.

영화는 가장 한국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가장 미국적인 이야기이기도 하다.

리 아이작 정(정이삭)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1980년대 아메리칸드림을 좇아 미국 남부 아칸소주 농장으로 이주한 한인 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 병아리 감별사 일을 하던 제이컵(스티븐 연)은 비옥한 땅을 일구겠다는 꿈을 품고 아내 모니카(한예리)와 딸 앤(노엘 케이트 조), 아들 데이비드(앨런 김)를 데리고 남부 아칸소로 이주한다.

아직 어리고 심장이 좋지 않은 데이비드와 앤을 돌보기 위해 모니카의 엄마 순자(윤여정)가 한국에서 건너온다.

낯선 환경에서 갈등하다가도 서로에게 의지해 보듬고 희망을 향해 나아가는 한 가정의 이야기는 이민자로 한정하지 않더라도 가족을 둔 대부분의 이들에게 깊이 다가간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신과 가족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영화를 쓰고 연출한 정 감독은 최근 한국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가 이렇게 호평받는 것이 놀랍고 신기하다”면서도 “이야기를 하는 데 있어 나라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민자 이야기, 제 개인의 이야기여서가 아니라 보편적인 인간관계를 보여주기 때문인 것 같다. 극 중 가족이 겪는 갈등과 고충,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에 공감해 주신다”며 “열린 마음으로 배역에 임하고 표정에서 인간애가 묻어나도록 섬세하게 표현해준 배우들의 훌륭하고 깊이 있는 연기 덕”이라고 공을 돌렸다.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가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 영화로 분류한다는 규정에 따라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리면서 인종 차별 논란이 일기도 했다.

브래드 피트의 ‘플랜B’가 제작하고, 미국인 감독과 배우가 미국에서 촬영한 영화를 외국어영화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었다.

지난해 중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은 ‘페어웰’로 같은 부분에 올랐던 중국계 미국인 감독 룰루 왕이 비슷한 처지가 된 ‘미나리’를 옹호하며 HFPA를 비판하고 나서기도 했다.

왕 감독은 “올해 ‘미나리’보다 더 미국적인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그건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이자 미국에서 아메리칸드림을 추구하는 이야기다”라며 “오직 영어만 사용하는 것으로 특징짓는 구식의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영화지만, 한국어 대사가 80% 이상이어서 자막을 읽어야 하는 ‘외국어’ 영화가 미국에서 전례 없는 호평과 관심을 받는 건 지난해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불러일으킨 한국 콘텐츠에 대한 열광적인 관심 덕이 크다.

또한 백인 일색으로 비판받던 할리우드가 다양성을 받아들이려 노력하는 변화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기생충’이 골든글로브 최우수외국어영화상을 받고, 아카데미에서 작품상을 비롯한 4관왕을 차지한 것을 언급하며 ‘미나리’가 같은 길을 갈지 관심을 표해왔다.

/연합뉴스
오피니언더보기

기사 목록

광주일보 PC버전
검색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