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정 에덴병원장·전 광주시 의사회장] 광주의료원 설립, 지역 의료격차 해소 기여해야
2021년 02월 22일(월) 23:00
최근 지역 의료계의 관심사 중 하나인 광주의료원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17개 광역 시도 가운데 공공의료원이 없어 오래 전부터 설립의 필요성이 주장되었던 광주의료원이 드디어 수면 위로 나오게 된 것으로,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광주의료원이 설립되면 지난해처럼 코로나19로 인해 광주에서 확진자 병상을 확보하지 못하자 강진의료원을 비롯한 타 지역으로 광주시민이 옮겨 다녀야 하는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 본다.

다만 광주시민의 생명과 건강을 담보할 광주의료원 설립은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와 공공성 강화 그리고 주 수혜 대상인 의료 취약계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공론화 과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공공의료원 설립을 추진 중인 대전과 울산에서는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설립 과정을 공론화하고 있다. 이와 다르게 광주의료원 설립 과정은 너무나도 조용히 진행되고 있어 의료계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달 약사회와 치과의사회 등 시민 의료단체가 주축이 된 ‘올바른 광주의료원 설립 시민운동본부’에서 광주의료원 설립에 시민 참여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발표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지 않을까 싶다.

광주시는 2019년 보건복지부가 정한 전국 70개 권역을 토대로 광주를 서구·광산구와 동구·남구·북구 등 2개 권역으로 나누고 동구에는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이 있다는 이유로 동·남·북구를 제외한 서구와 광산구 4개소를 광주의료원 후보지로 선정하고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단순히 2개 권역이 아닌 300병상 규모의 병원으로 광주를 살펴보면, 동구에는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남구에는 광주기독병원, 광산구에는 광주보훈병원과 첨단종합병원이 있다. 서구와 북구에만 300병상 규모의 종합병원이 없다. 2개 권역에 얽매일 것이 아니라 지역 의료 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광주시 전체를 놓고 검토를 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전남대병원도 타 지역 이전 논의에 들어가면서 남구와 광산구, 나주시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유치전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만약 전남대병원이 남구나 광산구, 나주시 중 한 곳으로 이전이 된다고 하면 광주의료원을 상급 종합병원이 없는 서구나 북구에 설립하는 것을 더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공공의료원은 그 목적상 노인이나 장애인 그리고 의료 취약계층의 이용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의료원을 쉽게 이용하려면 버스 등 대중교통의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취약계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나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도 부지 선정의 고려 사항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광주와 인접한 담양과 장성은 보건복지부에서 고시한 ‘의료 취약 지역’이다. 전남의 공공의료원은 목포와 순천, 강진에 있다. 광주를 기준으로 남쪽에 있는 것이다. 그만큼 담양과 장성은 의료서비스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광주의료원은 광주시민이 주 이용 대상이겠지만 광주·전남 상생 차원에서 전남 북부권의 주민도 이용할 수 있는 의료전달체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광주의료원 설립이 신속히 추진되어야 하는 것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하지만 설립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 단순한 권역 논리에 한정 짓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접근성과 의료 서비스 이용 격차, 앞으로의 의료 환경 변화 등을 충분히 공론화하고 의견 수렴을 해야 하는 이유는 광주시민의 염원인 광주의료원이 애물단지가 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광주 인구는 도심 중심에서 외곽으로 팽창하고 있으며 전남 지역과 광역 교통 체계로 단일 생활권이 되어가고 있다. 과거와 현재, 미래를 놓고 잠시 숨을 고르고 멀리 보기 위해 지금이라도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듣는 공론화를 통해 광주의료원 부지 선정에 신중을 기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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