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선 국립 나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 옹이와 너리, 지역사회와 소통을 꿈꾸다
2021년 02월 21일(일) 23:00
바야흐로 캐릭터의 전성시대이다. 사실 몇 해 전 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의 리락쿠마나 쿠마몬, 피카츄 같은 캐릭터들이 대한민국을 휩쓸었을 뿐, 국내의 자체 캐릭터들이 이슈화된 적은 거의 없었다. 다만 2019년 탄생한 EBS의 펭수 캐릭터를 통해 국내에서 개발한 캐릭터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018년부터 시작된 ‘우리 동네 최고의 캐릭터 스타 선발대회, 우리 동네 캐림픽’이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한 것을 보더라도, 무언가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우리 사회를 설명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이제 기업 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캐릭터를 통해 특정 정책이나 이슈를 전달하려고 한다. 중요한 점은 캐릭터에 스토리가 담겼는지의 여부에 있을 것 같다. 이야기가 없는 단순한 캐릭터는 생존율이 낮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자기만의 이야기가 담긴 캐릭터’인 것이다.

국립 나주문화재연구소는 2005년에 신설되어 지금껏 호남·제주 지역의 중요 문화 유적에 관한 학술 조사 및 연구를 하고 있다. 연구소의 가치 지향점은 올해 제정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안’ 중 ‘마한 역사문화권’의 연구 조사와 그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산강 유역 마한 사회 연구에서 핵심 콘텐츠의 하나로 대형 옹관을 들 수 있다. 그동안 대형 옹관이 대거 출토된 나주 오량동 요지와 대형 옹관을 주요 관(棺)으로 사용한 것을 알 수 있는 나주 복암리 3호분 및 정촌고분 등을 발굴·조사하였으며, 고대의 대형 옹관 제작 기술을 복원하는 핵심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또한 연구소는 이러한 조사와 연구 결과를 국민들과 공유하기 위해 ‘나주 정촌고분 금동신발 만들기’(2015년)를 시작으로 올해에는 ‘고흥 야막고분 갑옷과 투구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체험 프로그램이 갖는 특성상 확장성이 제한적이라는 단점이 있어서, 연구소에서는 연구 성과를 보다 효과적으로 홍보하고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을 찾고자 했다. 장기간에 걸친 수많은 논의 끝에 ‘옹이’와 ‘너리’라는 새로운 캐릭터가 태어났고, 그 캐릭터에 마한의 이야기를 담아 보았다.

‘옹이’와 ‘너리’는 ‘옹관’을 모티프로 만든 캐릭터인데, 그 이름은 한자(옹관)의 앞 글자와 한글(독널)의 뒷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옹이·너리의 고향은 영산강 유역에 자리한 나주의 오량동·복암리 일대이다. 국립 나주문화재연구소가 발굴한 유적이 나주 오량동 요지와 복암리 정촌고분이었는데, 두 유적은 영산강 유역의 고대 마한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곳이다.

특히 오량동(五良洞)은 ‘다섯 가지가 좋은 동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어서, 옹관의 주요 재료인 물·불·흙·바람·나무가 좋아 양질의 대형 옹관을 생산할 수 있는 최적의 마을로 설정하였다. 또한 오량동에서 대형 옹관을 만들게 된 배경, 대형 옹관이 무덤으로 사용된 과정, 영산강 뱃길을 이용하여 옹관이 전파되는 사실을 스토리텔링하였다. 옹이·너리에 관한 이야기는 역사적·고고학적 사실과는 별개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국립 나주문화재연구소의 정체성과 대형 옹관이 갖는 다양한 의미들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국립 나주문화재연구소의 ‘캐릭터-스토리’ 프로젝트는 이제 첫걸음을 뗀 아이와 같다. 연구소의 가치 지향에 대해 공감하고 있고, 옹관에 대해 누구보다 애착이 있는 연구원들이 자체 제작하였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겠지만, 캐릭터 산업의 관점에서 보았을 때는 보완해야 할 점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완벽한 스토리를 지닌 캐릭터는 없을 것이며, 우리 연구소에서도 국민들과 소통하면서 캐릭터를 완성해 가고자 했기 때문에 이제 막 걷기 시작한 옹이와 너리는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으로 기대한다. 연구소에서는 옹이와 너리를 통해 국민과 소통하면서 더욱 친근하게 마한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옹관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한다. 여러분들도 옹이와 너리를 만나게 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눠 주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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