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귀임 전 초등학교 교사] 천변 산책의 즐거움
2021년 02월 18일(목) 06:00
코로나 사태로 광주천변 산책이 일상이 됐다. 찬바람 속에 온몸을 꽁꽁 싸매고 거리에 나선다. 전신에 휘감기는 냉기를 떨치려 잰걸음을 재촉한다.

걷는 것이 최고의 운동이라 하니 만보기를 켜고 하루에 만 보 이상 걷는 게 요즘 내 목표이다.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걷기를 계속하면 뇌를 자극해서 건망증을 이기고 의욕을 북돋우며 밥맛까지 좋아지게 한단다. 요통 치료에 효과가 있고, 고혈압 치료에도 딱 이란다. 뇌가 젊어지고, 자신감을 잃었을 때나 마음이 울적하고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때도 일단 걸으면 분노로 얽힌 인간관계도 풀린다고 한다.

다리 아래로 들어서니 광주천변 양쪽에 줄줄이 늘어선 나무들이 거센 바람에 맞서고 있다. 헐벗은 나뭇가지는 휘감기는 칼바람을 털어내느라 온 가지를 흔들어 댄다. 포말을 그리며 흘러가는 시냇물의 찬 기운이 온몸에 느껴진다. 얼음장 같은 찬물에 한 발을 담그고 발이 시려운지 나머지 한 발은 긴 다리에 걸친 채 물고기를 잡으려 사투를 벌이는 백로의 모습이 안쓰럽다.

물 위를 동동 떠다니던 형형색색 원앙새 세 마리는 물속에 고개를 처박고 먹이를 찾다가 또 다른 먹이를 찾아 비상의 날개를 펼친다. 이따금 새끼 원앙들이 떼를 지어 날아와 물고기를 찾느라 수중 쇼를 하거나 재롱을 떠는 듯한 몸놀림이 정겹다.

광주환경운동연합 모래톱 회원들은 안내판을 통해 광주천에 살고 있는 야생화가 72종이라며 사진과 꽃이름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광주천에 지천으로 피어난 야생화들, 그 아름다움을 사진에 담아 함께 알아갔으면 한단다. 야생화들은 봄 여름 가을 번갈이 계속 피고 지며 행인들의 눈길을 끌고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광주환경공단에 의하면 광주천의 수(水)환경이 좋아지면서 야생동물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한다. 수달, 원앙, 황조롱이, 소쩍새, 삵, 말똥가리와 같은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동물들이 찾아온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수달은 전 세계적으로 보호 가치가 높은 생물로 그만큼 자연환경이 살아있다는 의미란다. 다만 함부로 먹이를 주거나 돌멩이질, 오물 투기, 소리 지르기, 플래시를 이용한 사진 촬영, 낚시 등은 삼가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광주시청과 남구청, 환경공단 등에서 벌이고 있는 ‘시민이 즐기는 광주천을 우리 손으로 가꾸자’는 캠페인 푯말이 여기저기 눈에 띈다. 맑고 깨끗한 광주천 가꾸기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한 노력이다.

햇살이 눈부신 날엔 징검다리가 있는 널찍한 바위 위에 걸터앉아 한 시간가량 일광욕을 즐긴다. 피부를 단련하고 신진대사를 항진시키는 보건적 의미보다 따사롭고 포근해서 마냥 좋기만 하다. 두둥실 떠가는 구름 위로 상념도 함께 떠간다. 중학생 시절, 금동다리 옆에 살 때는 광주천에서 빨래를 삶아서 큰 바위 위에 널어 말리고 백옥같이 하얀 빨래를 집에 가져가곤 했다. 아주머니들이 돈 받고 수고해 준 덕분이다. 낮엔 다슬기도 잡고, 밤이면 물장구 치고 목욕도 할 만큼 수질이 맑고 깨끗했다.

광주천 산책로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산뜻하게 단장된 것도 환경미화원들의 휴지 줍기와 보수 작업, 잡초 제거 등 숨은 노력 덕분일 것이다. 광주천 가꾸기에 땀과 정성으로 최선을 다해 주시는 관계자들께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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