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찬 여수광양항발전협의회 전무이사] 광양항 활성화가 우선이다
2021년 02월 15일(월) 22:45
우리나라에는 외국으로 수출입하는 화물을 실은 선박이 드나드는 31개의 무역항과 국내의 다른 항만으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29개의 연안항이 있다. 정부는 동서 균형 발전을 위해 부산항과 광양항을 양대 축으로 개발하는 ‘투 포트’(Two-Port) 정책을 펴고 있다. 2006년 부산 신항 개항으로 광양항의 물동량이 많이 감소하면서 전남도, 광양시,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 기관 및 단체 등이 함께 물동량 유치를 위한 인센티브 지원, 공동 마케팅을 통한 홍보 등의 노력을 지속해 오고 있다.

광양항은 최근 코로나19의 장기화와 해운 동맹 변화 등으로 인해 물동량이 더욱 감소하고 있어 보다 적극적인 활성화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현재 광양항 컨테이너부두는 12개 선석 중에서 8개 선석만 이용되고 있다. 당장 활용할 수 있는 4선석이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양수산부(해수부)는 부산항 진해 신항(부산 제2 신항) 건설에 집중하고 있다. 부산항 진해 신항은 지난해 12월 사업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인 예비타당성 분석에서 경제성이 부족하고 종합 평가 점수가 낮아 탈락한 바 있다.

하지만 해수부는 투 포트 정책이 무색하게 부산항 진해 신항을 단계별로 쪼개서 다시 추진하고 있다. 광양항 활성화에 주력해온 전남이 허탈감을 느끼는 이유다. 물동량이 늘어나고 있는 부산항에는 방파제 2.2㎞ 건설과 방파호안 6.5㎞를 포함해 총 약 10조 2000억 원을 들여야 사업이 가능한 진해 신항을 계획했다. 반면 물동량이 갈수록 떨어지고 천혜의 조건으로 방파제 건설이 필요 없는 광양항에는 겨우 6000억 원을 투입, 스마트 항만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 동서 균형 발전을 위한 투 포트 육성 정책은 온데간데없고 부산항 개발에만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광양항은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실적이 2020년 12월 말 기준 215만TEU (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로 전국 3위 수준이다. 3단계 2차 부두 4선석 규모에 2026년까지 자동화 부두를 건설할 계획이다. 또한 에너지 관련 화물의 비중도 매우 높으며 우리나라 3대 석유화학단지, LNG 터미널 등 에너지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에너지 허브 항만으로 발전하는데 유리한 장점이 있다. 또한 광양항은 배후 부지가 넓어 성장 잠재력이 클 뿐만 아니라, 미주·유럽·아시아를 잇는 세계 교역 항로의 중심에 있다는 지리적인 이점도 가지고 있다. 부산항 진해 신항과 거리가 한 시간대에 불과한 광양항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경우, 부산항 진해 신항을 건설하는데 필요한 10조 원의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다.

광양항에는 2030년까지 광양항 3-2단계 자동화 컨테이너 부두 구축 사업과 광양항 율촌산단간 연결도로 개설, 낙포부두 리뉴얼, 납사 하역부두 건설, 여천(묘도)항로 준설, 광양항 제3 투기장 전면 항로 준설 등의 사업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물동량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은 한층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 화물 수송 거리를 감축시키고 체선율을 완화하여 물동량 처리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을 감소시키고 물류 비용 절감과 대기 환경 개선, 배후단지 인근 시민 생활 환경 제고 등의 효과도 기대된다.

이는 2030년까지 5조 1000억 원의 생산 유발 효과와 1조 8000억 원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 3만 7000여 명의 취업 유발 효과를 낼 것으로 분석된다. 광양항의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하며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환경 개선 등의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와 광양시,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 기관, 단체 등은 세계적인 자동화 항만 건설 추세에 발맞춰 광양항을 최첨단 자동화 컨테이너 터미널로 구축해 부두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석유화학·제철·물류 등 배후 산업의 지원 및 육성을 통해 고부가가치 복합 산업 공간으로 조성하여, 아시아 최고의 첨단 복합 항만이자 항만 물류의 거점 항구로 도약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따라서 해양수산부는 국가적인 이익과 균형 발전을 위해 부산항 위주의 정책적 사고를 뛰어넘기를 바란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예비타당성 분석을 단계별로 쪼개서 진행하면서까지 부산항 진해 신항을 개발하기보다는 오히려 물동량 처리에 여유가 있고 활용할 선석도 있는 광양항에 보다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가 항만 정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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