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택 광주 동구청장] 전남대병원 백년대계, 상생 협력이 답이다
2021년 02월 14일(일) 22:00
최근 광주·전남 공공의료 체계의 중심축인 전남대병원 신축 이전 문제가 재점화되며 지역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전남대병원의 신축 방식을 논의할 공식 기구인 ‘새병원건립추진단’이 발족식을 갖고 새 병원 건립을 선언하면서다. 현 전남대병원은 지난 2000년 이후부터 건물 노후화로 매년 개보수 비용 증가와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증·개축, 신축 논의가 제기되어 왔다. 그러다 지난해 연말 취임한 신임 병원장이 신축 문제를 공식화하며 논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소식이 알려지자 광주·전남 일부 지자체에서는 행·재정적 인센티브, 부지 제공 등의 조건을 내세우며 발 빠르게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병원 측도 과거와 달리 추진단 발족에 이어 2024년부터 병원 건립에 착수하겠다며 적극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전남대병원이 위치한 지자체인 우리 동구도 마냥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병원 존치를 위해서라면 백 번 읍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지금은 사안을 언급하는 자체만으로도 적잖이 조심스럽다. 필자는 다만 단체장의 입장이 아닌 동구민을 대표하는 한 사람으로서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보려 한다.

먼저, 오랜 숙원인 병원 신축 문제가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되어선 안 된다. 올해로 개원 111주년을 맞은 전남대병원은 시민들과 동고동락하며, 지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국립대 병원이자 지역 거점 병원의 위상을 갖고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를 설계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번 사안은 높은 의료의 질, 공공의료 실천에 따른 한계를 충족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하겠다. 그런데 출발선에서부터 뜨거운 유치 경쟁에 본말이 전도된 양상이다. 전남대병원 신축 이전은 지자체간 유치전에 휩쓸려 하루아침에 손바닥 뒤집듯이 결정될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신중 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역민을 위한 일이 자칫 정략적 대상으로 전락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다음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관광, 뷰티·헬스케어 산업을 핵심 시설로 키우기 위한 의료특구 지정 등 시너지 효과를 따져 봐야 한다. 개발 가능 토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광주 원도심의 도시 재생은 문화와 관광, 의료를 기반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 AI 중심 도시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광주시에 발맞춰 동구는 AI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40여 개의 AI 기업을 유치한 것은 물론 지난해 국·시비 35억 원을 확보하고 전남대·조선대 등 대학병원 의료 인프라와 인적 자원을 활용한 인공지능 기반 스마트 헬스케어 플랫폼 구축에 돌입했다. 이러한 기반 위에 전남대병원과 조선대병원, 화순전남대병원을 묶는 의료특구가 지정된다면 장차 광주·전남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질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눈앞의 이익을 좇지 말고 먼 안목으로 씨를 뿌리자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도심 공동화라는 오랜 공백을 딛고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동구를 퇴보시키는 소모적인 논쟁이 더 이상 있어서는 안 된다. 동구는 국립 아시아문화전당 개관과 성공적인 도시 개발·재개발 사업에 힘입어 인구 10만 명 회복과 함께 지난해 지자체 생산성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자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동구 학동에 자리 잡은 전남대병원의 존재감은 가히 절대적이다. 지역 경제를 이끌고 시민 보건을 지키는 보루 역할을 해왔을 뿐만 아니라 ‘광주의 종갓집’ 동구의 번영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기관이기 때문이다.

‘최상의 환자 맞춤형 통합 진료’, ‘최첨단 헬스케어 융복합 의료 연구’ ‘세계적 의료 리더 양성’이라는 전남대병원의 미래 청사진은 그 어느 곳보다 동구에서라야 지속가능성을 가질 수 있다. 현 병동 인근의 의과대학 부지 신축으로 재구조화가 얼마든지 가능하며 필요하다면 우리 동구는 신축 병동 고층 허가 등 할 수 있는 모든 지원 대책을 강구할 것이다.

지자체와 대학병원은 서로의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되 공동체의 화합과 지역의 동반성장을 목표로 함께 힘을 모아나가야 한다. 미래 세대를 위해 지금 중요한 건, 유치 경쟁이 아니라 상생 협력으로 지역민을 위한 전남대병원의 백년대계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다. 지금은 원심유장(源深流長)의 교훈을 새길 때다. 원천을 깊고 튼튼하게 해서 유장한 지역의 미래를 열어야 할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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