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정 목포대학교 미술학과 교수] 주민과 함께하는 문화생태공원, 신안 섬들의 미래
2021년 02월 12일(금) 16:00 가가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성공 이후 미술관은 지역 경제를 이끄는 최고의 문화 상품으로 여겨져 왔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국내외를 막론하고 도시들마다 앞다투어 미술관을 건립하고 도시 재생과 연계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현장을 둘러보면 지역 사회에 뿌리를 내린 사례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에 21세기에 들어와서 지역 미술관들의 새로운 가능성과 지향점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학계와 문화예술 현장에서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민들의 교류와 소통, 휴식의 장소로서 미술관의 개념을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신안군이 현재 추진하고 있는 ‘1도 1뮤지엄 프로젝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사업은 군내 섬들에 24개 박물관과 미술관들을 건립하는 것으로서, 대규모 야외 조각공원을 포괄하는 현대 미술관으로부터 노후된 마을회관과 폐교를 활용한 일상의 작은 미술관, 지역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박물관에 이르기까지 규모와 성격이 다양하다. 특히 ‘대마불사’(大馬不死) 전략으로 블록버스터급 미술관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군내 2개 읍 12개 면을 넓게 포괄하도록 크고 작은 뮤지엄들의 네트워크를 구성한 점이 특기할 만하다.
신안군은 이와 더불어 17개 섬에 각각의 자연생태 환경을 살려서 특성화된 정원을 조성하는 ‘국가 섬 정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퍼플섬’으로 세간의 화제가 된 반월·박지도나, 분재 공원과 미술관 전시를 연계해서 동백꽃 축제를 연 압해도의 사례는 신안군의 정원 사업과 ‘1도 1뮤지엄’ 프로젝트가 상호 유기적으로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1도 1뮤지엄’과 ‘국가 섬 정원’ 프로젝트를 통해서 신안군 12개 면 전체에 풀뿌리나 모세혈관처럼 넓게 퍼지는 문화예술 네트워크가 구축된다면, 우리나라에 현재까지 지정된 국립공원 중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고 세계적인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통편 등의 제약으로 인해서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덜한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활성화’는 관광객이 만들어내는 경제적 수익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문화적·생태적 가치에 대한 주민들과 방문객들 사이의 공감과 소통을 통한 지역 사회의 성장이다. 문화는 관광자원이기 전에 먼저 지역주민들이 영위해 온 삶의 방식이자 마음의 교류로서, 지역 사회를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공동체(community)로 묶어주는 끈이다. 즉 거기에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활성화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한 성장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현재 신안군은 반월·박지도의 보라색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원추리꽃과 맨드라미의 섬인 홍도와 병풍도는 주홍, 수선화의 섬인 선도는 노랑, 해당화와 수국의 섬인 비금도와 도초도는 코발트블루를 섬의 상징색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상징색들은 각 섬을 대표하는 자연유산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주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퍼플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반월·박지도는 원래 도라지를 많이 재배해서 보라색이 자연환경의 중요한 일부였던 곳이었다. 이러한 친숙한 환경을 더욱 북돋우기 위해서 라벤더와 국화 정원을 조성하고, 마을 지붕과 산책로, 다리 등을 보라색으로 정비한 것이다. 특성화된 마을 풍경이 국내외에 회자되고 온-오프라인 방문객들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했던 마을들이 활기를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예술 유산을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즐기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
현재 신안군이 추진 중인 자은도 ‘군립 미술관’과 안좌도 ‘떠 있는 미술관’ 역시 남도의 광활한 바다 풍광과 어우러진 공간 체험을 지향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서 지역 예술가들과 세계적 예술가들 사이의 인적 교류를 지원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전문 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는다면, 광주~목포~신안을 연결하는 문화예술산업 고도화의 축이 완성될 것이다. 신안군과 주민들이 구축하는 문화생태공원과 뮤지엄 네트워크가 호남 문화권역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허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현재 신안군은 반월·박지도의 보라색을 출발점으로 삼아서 원추리꽃과 맨드라미의 섬인 홍도와 병풍도는 주홍, 수선화의 섬인 선도는 노랑, 해당화와 수국의 섬인 비금도와 도초도는 코발트블루를 섬의 상징색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한 상징색들은 각 섬을 대표하는 자연유산을 상기시키는 동시에, 마을의 공동체 의식을 일깨워주는 촉매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퍼플섬’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반월·박지도는 원래 도라지를 많이 재배해서 보라색이 자연환경의 중요한 일부였던 곳이었다. 이러한 친숙한 환경을 더욱 북돋우기 위해서 라벤더와 국화 정원을 조성하고, 마을 지붕과 산책로, 다리 등을 보라색으로 정비한 것이다. 특성화된 마을 풍경이 국내외에 회자되고 온-오프라인 방문객들이 증가하면서 주민들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 문제가 심각했던 마을들이 활기를 갖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남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문화예술 유산을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즐기게 된 것이 가장 큰 성과이다.
현재 신안군이 추진 중인 자은도 ‘군립 미술관’과 안좌도 ‘떠 있는 미술관’ 역시 남도의 광활한 바다 풍광과 어우러진 공간 체험을 지향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서 지역 예술가들과 세계적 예술가들 사이의 인적 교류를 지원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전문 인력 양성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선순환 구조가 자리를 잡는다면, 광주~목포~신안을 연결하는 문화예술산업 고도화의 축이 완성될 것이다. 신안군과 주민들이 구축하는 문화생태공원과 뮤지엄 네트워크가 호남 문화권역과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의 허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