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돈 동아병원 원장] ‘코로나 백신’의 공정한 분배와 접종
2021년 02월 10일(수) 08:00
1년 전이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중국 우한이 폐쇄되고 우리나라에서도 우한에서 입국한 중국인이 첫 코로나 환자로 확진되었다. 중국인의 국내 입국을 막아야 한다는 강력한 의견들이 있었고 중국인의 국내 유입을 막지 않는 상태에서의 방역은 창문 열고 모기약 뿌리는 것과 같다는 조롱 섞인 ‘전문가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많은 우한 시민들이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전 세계로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와 함께 탈출한 상태였다. 전염병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 프랭크 스노든은 ‘전염병은 인간 사회를 비추는 거울’ 이라고 했다. 콜레라는 19세기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공장과 그 주변에 형성된 인구 밀집 도시의 비위생적인 시설과 하수를 통해 확산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일일생활권, 단일 생활권이 된 지구의 세계화 틈바구니를 비집고 이동하여 단기간에 아시아에서 유럽과 남미까지 바이러스가 전파될 수 있었다.

국가 간 입국 제한과 국가 안의 방역으로 온 힘을 다해 버티는 동안 지구의 세계화를 가능하게 하였던 과학기술로 미완의 백신을 개발하였다. 백신은 mRNA 백신, DNA 백신,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 바이러스 무력화 백신이 있다. 백신의 예방 효과가 완전하지 않고 유통·보관·접종의 용이성 그리고 가장 중요한 안전성에 대한 차이는 있지만 이 또한 지구의 세계화를 이끌었던 과학기술의 한계로 받아들여야 한다. 개발된 백신 중 바이러스 무력화 백신이 가장 부작용이 많아 국민 접종용으로는 부적합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신은 개발 단계부터 국가 사회 공동체의 희생과 지원이 필수적이었다. 당연히 공공재로서 기능을 해야 하며 식량·무기·에너지 자원처럼 자기 나라의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 전락되어서는 안 된다. 세계보건기구는 ‘백신 구매 공동 프로젝트’(COVEX facility)로 인종·성별·나이 등과 상관없는 백신의 공평 분배를 추진하였으나 일부 국가들의 사재기와 다국적 제약 회사의 이익 추구로 그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백신 구매 공동 프로젝트’를 통해 백신을 준비 하였다. 백신의 유통·보관·접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도 구매 국가가 모두 감내해야 한다는 다국적 제약사의 횡포로 준비가 늦어졌고 그 이외의 여러 가지 문제로 다국적 제약사 대표와 대통령이 직접 전화 통화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현실적으로 백신 확보와 분배를 세계보건기구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지만 공정한 배분을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백신의 접종 순서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파 특성, 중증으로 진행 위험, 의료와 방역 체계를 고려하여 질병관리청 예방접종전문위원회 심의를 통해 정했다. 먼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료진, 요양시설의 고위험군 환자, 중증 환자가 많은 병원의 의료진과 코로나 환자를 접촉할 가능성이 높은 직업군부터 시작하여 전 국민으로 범위를 넓혀갈 예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상황이나 백신 도입 일정과 물량의 변화에 따라 수정될 수 있다.

백신의 개발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이 ‘방역’만이 아니라 ‘예방’의 영역이 추가되었다. 좀 더 복잡해졌다. 앞으로 치료제가 개발되면 ‘치료’의 영역이 더 추가될 것이다. 또한 집단 면역을 위해 독감 백신처럼 매년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맞아야 할 가능성도 높다.

지난 1년 코로나 바이러스는 사람의 생명만 빼앗은 것이 아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의 생계도 빼앗았다. 불가피한 방역 조치로 우리의 삶이 얼마나 무너지고 힘들어졌는지 여러 통계 수치가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바뀐 일상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많은 의견들도 있었다. 그 어느 누구도, 그 어떤 이유로든 백신의 의학적·사회적 순기능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바뀐 일상,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불평등 바이러스’를 극복하며 살아가기 위한 첫 단추는 백신의 공정한 분배와 접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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