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 전남도소방본부 항공구조구급대 응급구조사] 응급구조사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2021년 02월 01일(월) 22:10
지난 2008년 동강대학교 응급구조과에 입학했다. 대학을 졸업한 뒤 현재는 전남도소방본부 항공구조구급대에서 응급구조사로 일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모교에서 후배들을 지도하는 일도 병행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대학 입학부터 졸업, 취업 등으로 고민했던 이십대 시절이 생각난다. 가뜩이나 취업난이 심각한데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젊은이들의 일자리 찾기는 더욱 험난해졌다.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남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13년 전 응급구조과에 지원한 뒤 선택의 동기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단지 직업이나 직장이 필요해 응급구조사를 선택한 것인가? 아니면 응급구조사에 대한 직업의식이 있어서였나? 한데 대학 새내기 신분으로 스스로에게 물었던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할 수가 없었다.

지금 다시 스무 살 시절로 돌아간다면 보다 확고한 가치관과 신념을 가지고 대학 생활에 임할 것이다. 당시 강의를 들으며 남들에게 뒤처지지 않으려고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 행동은 뚜렷한 목표가 있어서가 아니라 아니라 단지 학점이나 자격증을 따기 위함이었던 같다.

그러던 중 어느 교수님의 강의 내용이 목표 없이 학업에만 집중하던 내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해 주었다. 교수님은 ‘응급구조사는 고귀하고 숭고한 직업’이라고 강조하셨다. 응급구조사는 사고 현장에서 누구보다 환자를 가장 먼저 발견하게 되며, 병원으로 이송하면서 구급차 내에서 골든 타임을 지키기 위해 응급 처치를 한다. 또한 병원에 도착하면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의사·간호사·응급구조사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등 생명을 지키는 최전선에서 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교수님의 말씀은 내 스스로 ‘의학적 지식과 부단한 연습을 통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보탬이 되자’는 가치관을 형성하는 모티브가 되었다. 목표가 뚜렷해지자 학업에 흥미가 생겼고 공부도 더욱 재미있어졌다. 이론과 실습을 통해 완벽한 능력을 갖추지 않으면 촌각을 다투는 응급 환자를 지킬 수 없게 되고, 그 결과에 대해 어떤 변명으로도 내 자신을 용납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매 순간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지금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성장하려고 노력 중이다.

졸업 후 병원에서 일했고 현재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산불 진화, 응급 처치,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항공구조구급대에서 근무하다 보면 산악 구조, 수난 구조 등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교육과 훈련을 통해 반복적인 숙달이 필요하고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힘든 상황에 직면하거나 체력의 한계에 부딪힐 때는 도움의 손길을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을 생각하며 스스로 새롭게 다짐을 하고 위기를 이겨내려 노력하고 있다.

무엇보다 내 도움을 필요로 했던 환자로부터 감사의 말 한마디를 들었을 때는 응급구조사라는 직업을 선택한 데 대해 자부심까지 느낀다. 입학·졸업 시즌을 앞두고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신 교수님께 뒤늦게나마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응급구조사의 꿈을 위해 달려가고 있는 학과 후배들에게도 선배로서, 또 미래의 동료로서, 한마디 해주고 싶다. “후배 여러분! 여러분은 타인의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가치 있는 인생을 선택했습니다. 힘찬 격려와 뜨거운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혹시라도 선배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무조건 달려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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