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록습지, 홍수 방지 대책도 함께 세워야
2021년 01월 19일(화) 05:00

류복현 전 광산문화원장

국토부가 황룡강 장록습지 지정을 반대했던 것은 해마다 우수기면 이 지역이 수해를 입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환경부는 이와 같은 현지 실정을 보완하겠다며 국토부를 설득해 국가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필자도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에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황룡강 장록습지는 해마다 여름철이 되면 인접 마을 주민들이 홍수 피해를 입는다. 올해도 황룡강 수위가 높아지는 바람에 송정 역세권을 비롯한 시가지 일부가 침수되었다. 1989년 대홍수 때는 광산구 전체가 황룡강과 극락강 범람으로 주거지는 물론이고 농경지가 침수되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당시 나주 영산포 둑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광산 지역은 풍수해로 큰 변란이 일어날 수 있었던 끔찍한 사건이었다.

이와 같이 황룡강 주변은 해마다 겪는 수해 피해 때문에 애초부터 국토부에서는 습지 지정을 반대했던 것이다. 따라서 습지 보전 사업도 수해 대책과 함께 진행해 미래를 바라보는 국가 사업이 되어야 한다. 습지 보전을 위한 큰 그림을 그리되 홍수 대책이 바로 따라 주어야 한다.

특히 이번에 습지로 지정된 황룡강은 큰물이지면 수생 식물들로 인해 물의 흐름이 방해를 받는다. 수로를 바로잡아서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바꿔주지 않으면 상습적인 피해는 막을 수 없다.

지금의 황룡강 하상과 수생 식물들의 자생은 본래 형태가 아니다. 일제 강점기에 농경지 확보를 위해 본래의 강줄기를 제방 축조로 변화시키고 수리안전답으로 조성했다. 해방 이후에는 경제 성장과 함께 건축 붐이 일어나기 시작하자 광주에 인접한 극락강과 황룡강은 건축 자재인 골재 채취원으로서 한몫을 했다. 당시 중장비업자들은 돈벌이에 급급하여 무작위로 하상을 굴착하고 골재를 채취했다.

그런데 골재만으로 끝나지 안았다. 굴착기로 마구잡이로 파헤친 하상을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 적당한 선에서 끝내 버렸다. 이로 인해 본래 황룡강 바닥보다 하상이 낮아지고 웅덩이나 굴곡진 지역들이 방치되면서 황룡강의 모습은 뒤틀리기 시작했다.

황룡강은 노령산맥에서부터 흐르는 물줄기다. 장성군을 경유하여 흐르는 황룡강은 영산강으로 이어지는 청정 지역으로, 1급수에 물고기들의 천국이었다. 한데 무분별한 골재 채취와 그로 인해 곳곳에 형성된 웅덩이에 생활 하수와 공장 폐수가 유입되는 바람에 하급수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렇게 강줄기가 인위적으로 변질되고 폐수가 유입되면서 황룡강 주변은 언제부터가 수생 식물들이 제멋대로 자생하게 되었고 이런 식물들이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여 해마다 수해를 입고 있는 것이다. 특히 매년 큰물이 지면 쓰레기 더미와 동물 시체가 떠내려 와서 여름철이면 썩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도 당국에선 청소조차 하지 않고 방치해 두었다.

이제 장록습지는 국가 습지로 지정되었다. 습지가 지정되었다고 환영만 할 것이 아니라 보전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 모두가 나서야 한다. 강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있는 수생 식물들을 옮겨 주고 동식물이 자생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아울러 강물이 구불구불 곡선으로 흐르는 것도 바로 잡아 주어야 한다. 물의 흐름을 원활하게 해 주지 않고서는 홍수 피해를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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