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최진수 전남대의대 명예교수·광주시 코로나19 민간전문가 지원단장] 공공병원 확충 왜 필요한가?
2021년 01월 14일(목) 23:45

최진수 전남대의대 명예교수·광주시 코로나19 민간전문가 지원단장

우리는 작년 이맘때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평범한 일상이 송두리째 바뀌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힘든 시기를 지금도 보내고 있다. 확진자가 연일 늘어나면서 3차 대유행이 확산되는 가운데 중환자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2~3월 대구에서 병상 부족으로 자택에서 대기하다 사망했던 안타까운 사연들이 다시금 생각난다. 열두 달 넘게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감염병에 대비한 공공병원 확충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실하게 느낀다.

공공병원은 감염병 유행을 포함한 국가적 재난·재해·응급 상황을 체계적이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한데 우리나라는 그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공공병원은 221개로 전체 의료기관(4034개)의 5.5%이며, 공공병상 수는 6만 1779 병상으로 전체의 9.6%에 불과하다. 이 중에서도 지방 의료원을 포함한 일반 진료 기능 기관은 63개(28.5%)에 불과하며, 17개 시도 가운데 광주, 대전, 울산, 세종은 지방 의료원이 아예 없는 실정이다.

2018년 기준 한국과 유사한 사회 보험 방식을 채택한 국가와 공공 병상 비율을 비교하더라도 일본(27.2%), 독일(40.7%), 프랑스(61.5%)와 그 차이가 매우 크다. 심지어 전 국민 건강보험이 실시되지 않는 미국(21.5%)에 비해서도 형편없는 수준이다. 이와 같은 공공병상 부족은 당장 코로나19 중환자 치료 병상 부족의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지역별 의료 편차도 매우 크다. 실제로 전국 229개 시군구 중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이 없는 곳은 140개, 응급 의료 센터가 없는 곳은 141개, 심뇌혈관 치료 인증 병원이 없는 곳도 177개에 달한다. 인구 1000명당 의사 수에서도 서울은 3.1명, 전남은 1.7명으로 서울과 지방이 배 가까이 차이가 나며, 심지어 전남 지역은 의사 수가 한 명이 못 되는 곳이 광양(0.85명), 영암(0.89명) 등 두 곳이나 있다. 또한 분만, 어린이 중증질환자, 재활 치료 전문 기관도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어 의료 자원의 지역별 불균형이 심각한 상태이다.

최근 건보공단 건강보험연구원은 ‘공공의료 확충 필요성과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진주의료원 폐쇄 및 메르스·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민과 지자체의 공공의료에 대한 욕구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권역별로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급 공공병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병원 한 곳당 설립 비용은 고속도로 4~7㎞를 놓는 비용에 불과하다면서 이 정도 비용은 현 건강보험 체계를 유지하는데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주장하였다.

보고서는 또한 공공병원은 지역 거점 의료기관으로서 역할을 하면서 지역 간 의료 서비스 격차를 줄이고, 공공의료 중심의 효율적인 의료전달체계가 구축되어야 하며, 새로운 건강보험 정책 도입을 위한 시범 사업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고, 국내 의료산업의 테스트베드(Test-bed) 역할도 담당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렇듯 공공병원은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 대응을 위한 필요를 넘어서 초고령사회에 대비하여 국민의 총의료비를 관리하는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건강보험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고 의료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코로나19를 넘어 미래를 준비해야 할 때다. 세계가 인정한 K방역처럼 한국 보건의료의 멋진 앞날을 위해 공공병원 확충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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