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랑 음식으로 코로나 이겨요
2021년 01월 13일(수) 22:30

이성희 (사)한국맛음식연구원장 조선이공대 프랜차이즈창업경영과 겸임교수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창궐한 지 1년이 되어 간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확산 기세는 여전하고 새로운 변종 바이러스까지 전파되고 있다. 앞으로도 제2, 제3의 변종 바이러스가 계속 출몰할지 걱정스럽다. 게다가 코로나는 전파력이 매우 강하고 완치 후에도 심각한 각종 후유증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한다. 역사상 대재앙으로 분류되는 14세기 유럽의 페스트, 20세기 스페인 독감을 넘어서는 파장을 지구촌에 미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많은 변혁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우리에게 필수적인 식품과 음식, 즉 식문화에도 지각변동이라고 할 정도로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함께 앉아 음식을 나눠 먹는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사회적 거리 두기는 낯설다. 하지만 정부의 집합 금지 방침에 따라 음식점 출입이 제한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1인 가족 증가와 함께 혼밥·혼술로 인해 배달·포장 음식이 대세가 되고 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글로벌 음식 트렌드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이에 대비해 체계적이고 위생적으로 음식을 만들고 배달하도록 외식 문화의 재정비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 코로나를 틈탄 얄팍한 상술을 내려놓고 국민들의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식문화가 확산했으면 좋겠다.

코로나19는 음식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고 있다. 각종 커뮤니티에서 집에서 요리한 메뉴와 레시피를 공유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전자레인지나 에어프라이어로 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가정 간편식 추천 등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자녀의 온라인 수업과 늘어나는 재택 근무에 따른 새로운 경향이다. 주부들이 밥 먹고 치우고 돌아서면, 또 밥 준비 한다는 ‘돌밥 돌밥’ 현상에 맞춘 음식 경향이기도 하다. 다소 엉뚱한 생각으로 들리지 모르나 특별한 간편식으로 비상 식량(전투 식량, 우주 식량)을 메뉴별로 여유 있게 위생적으로 준비해서 오손도손 먹으면 어떨까 한다.

이번 기회에 각 가정에 있는 냉장고도 정리 정돈할 겸 보관 중인 재료들을 최대한 활용해서 사랑을 듬뿍 담아 한 상 차려 보면 좋을 것 같다. “음식은 마음이고 사랑이며 곧 생명이다”라는 경구가 있다. 신념과 정성을 가지고 온 가족과 함께 음식을 만들어 보고 화목하게 먹어 보는 시간을 더 많이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어렸을 때, 식량 비축하고 김장·땔감만 준비해 놓으면 추운 겨울을 든든히 날수 있다는 어른들 말씀이 새롭다. 엄동설한에 시래기 된장국밥에 김치 한가닥 올려서, 찐 고구마에 동치미 한사발 먹고 학교에 가면 추위도 이길 수 있고 배도 든든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지금 생각하니 양적으로나 영양학적으로 음식이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그 포만감은 요즘 음식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이런 시기 일수록 면역력 있는 식품과 음식이 중요하게 느껴진다. 시중에는 몸에 좋다는 각종 음식과 영양 보조 식품이 널려 있다. 하지만 멀리서 음식을 찾을 일은 아니다. 정작 광주 김치가 코로나 사태에 주목받는 식품이 아닌가 한다. 집에서도 몇 가지 양념 재료만 있으면 만들 수 있어 그만이다. 건강에도 좋고 면역력이 강하다고 하는 웰빙과 기다림의 미학, 최고의 발효 식품인 김치류가 새롭게 보인다. 사실 한국인의 저력은 김치 아닌가. 한국인의 힘, 다시 뛰는 대한민국을 위해서도 김치를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음식을 개발하고 가르치고 있는 나는, 전통 발효식품인 김치와 동치미, 쑥차와 둥글레차를 살포시 건네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의 건강을 기원해 본다. 먹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이 시기에 조상들의 지혜가 새롭다. 음식을 귀하게 대하며 지혜롭게 음식을 만들고 식문화를 계승했던 조상들에게 감사하게 된다. 오늘도 후진 양성을 위한 음식 연구와 개발에 전념하리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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