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과 소
2021년 01월 13일(수) 00:00
인간에게 유용한 소는 전염병 예방 측면에서도 인류에게 큰 기여를 했다. 이는 백신(Vaccination)이라는 말이 암소를 뜻하는 라틴어 바카(Vacca)에서 유래됐다는 사실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치사율이 30%에 달했던 천연두의 공포에서 인류를 구한 것도 소였다. 18세기 터키 의사가 인두법(人痘法)을 내놓았지만 천연두의 공포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인두법은 건강한 사람의 팔에 상처를 내고 천연두 농포에서 얻은 물질을 절개한 부위에 넣는 방식이었는데 효과나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1796년 영국 의사 에드워드 제너는 소에서 천연두 백신을 찾아냈다. 당시에는 소젖을 짜는 사람들의 손에 우두(Cowpox)가 생기곤 했는데 이들은 천연두에 걸리지 않는다는 소문이 돌았다. 제너는 ‘제임스 핍스’라는 소년에게 우두균을 접종해 앓게 한 다음 천연두균을 접종했다. 예상대로 천연두 증세가 나타나지 않았다. 인간의 피 속에 동물의 균을 넣는 데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제너는 때마침 유럽 전역에서 유행한 천연두를 우두 접종으로 퇴치하면서 구세주가 됐다.

BCG 백신도 소에서 나왔다. 1960~7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사람들은 6학년 때쯤 맞던 ‘불주사’의 공포를 기억할 것이다. 알코올램프로 주사 바늘을 가열해 접종한 탓에 불주사로 불렸는데, 이것이 결핵 예방을 위한 BCG 접종이다. BCG는 ‘깔메트-게랭의 소 결핵균’이란 뜻으로 백신 발명자인 세균학자 알베르 깔메트와 수의사인 까미유 게랭의 이름에서 따왔다.

파스퇴르연구소에서 만난 이들은 독성을 없앤 결핵균을 몸속에 주입하면 결핵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소 결핵균이 사람 결핵균에도 효과가 있다는 ‘교차 면역’을 확인한 것이다. 이들은 소 결핵균의 독성을 없애는 배양에 들어가 13년 만인 1921년 BCG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소가 없었더라면 인류는 전염병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할 뻔했다. 마침 올해는 ‘신축년’ 흰 소의 해다. 다음 달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코로나19 없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장필수 제2사회부장 bung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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