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 사건’의 교훈
2021년 01월 12일(화) 23:00

한기민 전라남도 재향경우회장

올해부터 시행되는 자치경찰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현 정부의 개혁 과제인 경찰 개혁의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밝힌 자치경찰제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시도 자치경찰위원회의는 판사·검사·변호사나 경찰 재직 5년 이상자 등 일곱 명으로 위원을 구성한다. 위원은 시도의회 두 명, 국가경찰위·교육감·시도지사 각 한 명,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추천위 두 명 등의 추천을 받아 시도지사가 임명하며, 임기 3년의 단임제다.

또 자치경찰의 사무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 감독을 받게 되어 있으며, 관할 지역 내 생활 안전과 여성 청소년·교통 관련 업무를 담당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의 지구대와 여성·청소년 업무 및 교통 등 순수 자치사무를 담당한다고 보면 크게 무리가 없다고 하겠다. 시도지사 소속이지만 독립적인 업무를 수행하며, 위원회의 심의·의결을 통해 시도 경찰청장을 지휘 감독하게 되어 있다.

이러한 자치경찰제는 우선 준비된 시도부터 실시하되, 오는 7월 1일부터는 전국 모든 시도에서 실시해야만 한다. 그런 만큼 이제 우리는 자치경찰제라는 커다란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시행착오가 예상되지만 제도 실시 후 그에 대한 평가를 통해 개선 과정을 거치면서 정착되리라고 본다. 정부도 시행 초기 업무 혼선이나 국민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범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제도 정착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필자가 대학원 과정에서 ‘지역 사회와 자치경찰’이라는 연구 논문에서도 다뤘었지만, 지역 사회의 경찰 활동 구성 요소는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범죄예방 △서비스 제공에 중점을 두는 순찰 활동 △주민에 대한 경찰의 책임 증가 △의사 결정에 광범위한 주민 참여와 분권화 등이다.

이는 경찰 활동이 많은 분야에서 주민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연구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나듯 전체 범죄 수사 단서의 57.8%, 현행범의 68.7%가 주민의 제보에 의해 얻어지고 있다. 이런 점만 보더라도 범죄 해결에서 주민과 지역 사회의 협력은 그 중요성이 날로 더해 가고 있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자치경찰제가 도입돼 정착이 되면 전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고, 경찰이 단독으로 처리해서 비난의 대상이 됐던 ‘정인이 사건’의 경우처럼 주민 신고를 임의적인 방식으로 처리하는 우는 범하지 않게 될 것이다.

자치경찰제의 기대 효과는 이밖에도 △지방 행정과 치안 행정의 연계성 확보 △지역 특성에 적합한 치안 서비스 제공 △국가 전체적인 치안 역량 강화와 질서 유지의 충실화 △주민과 화합하는 친근한 자치경찰상 정립 등을 들 수 있다.

반면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제주 자치경찰의 관련자들을 면담할 기회가 있었는데, 이를 통해 자치경찰제의 단점을 여실히 간파할 수 있었다. 우선 업무 중복 사례가 허다하고, 업무 한계의 모호성도 문제로 지적됐다. 또 사건 신고 접수 시 출동한 직원 간의 떠넘기식 업무 처리가 빈번해 신고한 국민들에게 경찰 업무의 비효율적인 단면을 자주 보여주게 된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지방 정치인의 경찰 행정에 대한 개입 우려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점이다. 시도의원 및 정치권 인사들의 경찰 활동 개입이 적지 않게 이뤄지고 있다. 따라서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으며, 지역 토호 세력과의 유착으로 부정적인 면이 노출될 우려가 다분하다.

그러면서도 자치경찰제 시행을 환영하는 것은 자치 경찰 활동이 지역 사회의 주민과 경찰의 입장을 충실히 반영할 수 있어 양자가 상호 보완적으로 접근한다면 ‘정인이 사건’ 같은 사례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나아가 앞서 지적한 우려스러운 점들을 보완한다면, 우리는 새로운 경찰상을 확립하고 선진국 수준의 치안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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